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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Oct 02. 2023

엄마의 마음속에서 넌 영원히 하나뿐인 나의 아기일 거야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오늘은 남편이 출장이 있어 아기와 둘이 하루를 보내야 했다. 긴 연휴 동안 남편과 공동육아를 한 터라 갑자기 또 혼자 애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평소에도 남편이 출근을 하면 아기와 둘이 있는 일상이지만 어쩐지 오랜만에 맞는 독박육아 아니 독점육아는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해내야지! 난 엄마니까.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먹이고 일어나면 같이 놀고 안아주다가 재우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나 보다 하고 저녁을 차려서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 다시 뿌엥 하는 아기의 울음소리. 밥을 차려놓으면 아기는 어떻게 아는 건지 날 좀 봐달라고 울어버린다. 달래고 오면 어느새 밥은 다 식어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식탁에 한 번 얘도 같이 앉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목도 잘 가누지 못하는 아기지만 우리가 쓰는 의자 위에 폭신한 아기 의자를 올려 날 바라보게 해 두었다. 이렇게 하니 갑자기 울음을 그치는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 먹는 내내 나를 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씩 웃어대는 아이 덕분에 밥맛이 더 좋았다.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밥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기가 우리 집에 와서부터는 혼자 밥 먹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게 가장 좋았다. 남편이 없을 때도 나랑 같이 밥을 먹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내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아기 의자에 앉아 나와 겸상을 하고 있는 아기를 보니 괜히 마음이 또 뭉클해졌다. 아기를 낳고는 이렇게 종종 알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힐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기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고 슬픔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이 저릿한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아기가 나를 바라봐준 덕분에 참 행복한 저녁 식사를 했다. 내가 아기를 돌봐주는 것만큼 너도 나를 돌보고 있었구나. 작은 너의 존재가 오늘따라 내게 큰 위안이 된다.


네가 나를 바라봐준 그 따스한 눈빛, 엄마는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엄마의 마음속에 넌 영원한 나의 아기니까. 내 옆에서 작은 숨을 들이쉬며 자고 있는 우리 아가. 오늘도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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