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아이폰이 만들어준 덕에 1년 전 우리 은율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신생아를 막 졸업한 정말 갓 태어난 아기. 이런 말랑말랑한 아기와 함께 나는 무슨 정신으로 지금까지 버텼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엄마였기에, 엄마이기에 가능했던 날들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는 숱하게 과거를 헤집고 다녔었다. 그 속에서 혼자 슬퍼하기도 하고 외로운 사람임을 자처하기도 하고 고독을 친구 삼아 살아간 적도 있었다. 또한 미래를 걱정하며 한없이 절망하고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날들도 있었다. 이렇게 살아가다가 과연 나는 뭐가 될까.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할 때면 답이 나오지 않는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시절들이 있었던 것들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요즘 나는 엄마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아이를 최소한 하나 정도는 어떻게 서든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냈고 연약한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내 꽤나 내면이 강인한 사람이 되었다. 남편과도 10여 년을 함께 보낸 세월이 무색하게도 가끔 어색할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육아동지로서 함께 한 발짝씩 발맞춰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게 나는 지금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힘을 기른 것.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전부이다. 어제 무너졌어도 오늘 다시 일어나 은율이의 이유식을 만들고, 내일에 대한 염려로 밤을 꼴딱 지새운 날도 운동을 하러 갔다. 걱정과 근심은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그저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성실하게 살아간다. 내일 내게 어떤 날이 올지 미리 넘겨보지 않고도 오늘 평안할 수 있었고, 어제의 실수를 다시 곱씹지 않고도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1년 전 오늘,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필사적이었고, 용감했으며, 성실했다. 내게 주어진 첫 번째 아기, 은율이를 돌보기 위해.
엄마가 된다는 건 오히려 걱정이 없어지는 경험이다. 걱정을 할 시간이 없기에 지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정말 녹록지 않아 오히려 지금 해야 할 일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다 처리하기 힘든 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오직 너, 너를 위함이다.
1년 전의 은율이가 선물해 준 어마어마한 마음. 이 마음을 앞으로도 잊지 말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나의 최선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