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는 것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by 밍티

아기와 함께 잠들어버린 날은 샤워를 못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다음 날에 씻어야 한다. 낮잠 시간까지 기다리기 어려워 은율이를 보면서 틈틈이 씻을 때가 있는데 문득 신생아 때가 생각이 났다.


가만히 잘 앉아있는 아기를 욕실 문 앞에 앉혀놓고, 튤립책에서 나오는 노래를 직접 부르며 씻는 나를 보아주던 아기. 그 아기가 이만큼 커서 엄마가 씻을 때면 욕실 앞에서 조용히 엄마를 기다려주고 있다. 내가 너를 인내하고 참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네가 나를 기다려주던 거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었지. 엄마가 설거지하고 올 때까지, 분유와 이유식을 준비하고 올 때까지.


네가 자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더 이상 엄마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순간이 오면 엄마는 무척 슬플 것 같아. 엄마를 기다려주는 참아주는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에. 우리 아기 엄마에게 이런 사랑을 깨닫게 해 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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