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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미 May 28. 2024

‘드러눕는 애’가 내 아이일 줄이야…

19개월 째 살아가는 아이

내 빵 내놔라!!!


이미 다른 간식을 사 먹었기에 또 빵을 사는 건 안된다고 했더니 입이 떡 벌어질 기세로 저항했다. 말로만 듣던 ‘드러눕는 애’가 내 아이일 줄이야…….

카페 앙츈(삼촌)으로부터 떡을 얻어내고 나서야 카페를 나왔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기분이 손바닥 뒤집듯 전환되는 것이 신기하다. 그런데 반 이상 먹었을 때 우유를 달라고 하기에 가방에서 꺼내고 있는 찰나, 그만 떡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떡이 떨어져서 못 먹겠다고 하니 분노의 요정이 지민에게 강림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민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입을 탁구공 크기만큼 벌리곤 코끼리만큼 큰 소리로 울어댔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집 아이 아빠가 지민을 딱히 여기고, (아… 나를 딱히 여긴 걸까?) 자신이 들고 있던 머핀 하나를 지민에게 건네주었다. 지민은 다시 평온을 찾았고, 우리의 산책은 계속되었다.     

          

지지야!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니까!!!!! 이리 와! 이쪽! 이쪽!!! 이지민!!!!!!!! 안돼!!!! 위험해!!! 위험하다고!!!!!!!!!!!!! 지민악!!!!!!!!

놀이터까지 천 번 정도 외쳤다. 놀이터에 도착해선 지민이 유격 놀이를 하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았다.

집에 갈 시간이 돼서 가자고 했지만 당연히 따라오지 않았다. 몇 번의 구슬림과 으름장에도 꿈쩍 안 했다. 엄만 가겠다며 멀찍이 떨어져 숨어 있었다. 엄마가 사라진 걸 알아채면 "짠!"하고 나타나서 내가 있는 쪽으로 유인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지민은 엄마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자 하는 숨바꼭질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체력에 빨간 불이 들어온 지는 한 참이 지난 상태였다. 애간장만 태우고 있는데, 같은 놀이터에 있던 지민 또래의 아이를 돌보던 아빠가 지민에게 가자고 하니 하던 일을 멈추고 순순히 쫓아왔다. 허탈했다. 나만 모르는 비결이 있는 걸까?


집에 오는 동안의 여정은,

하아….. 됐다. 그만하자….


몸이든 마음이든 정확히 무엇이 그런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무언가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집에 들어와 서둘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조금만 견디면 나도 퇴근이다.'

실랑이 없이 평화로운 식사로 마무리하기 위해 지민이 좋아하는 메뉴로만 준비했다. 그런데 문득, 집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쎄한 가슴을 안고 거실에 없는 지민을 찾았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곳에 지민이 있었다. 놀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 듯했다. 소파와 벽 군데군데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작은 머리통이 왠지 짠하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 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흘리진 않았다.

'그래, 너도 하루를 살아내느라 애썼다.'

조심스레 안아 올려 맘마를 먹자고 귓가에 속삭이니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는 금세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저녁밥을 맛나게 먹었다. 깜빡 잠들었던 모양인데 그새 활력을 되찾은 아이는 마치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하아……



하룻 동안 이곳, 저곳에서 육아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


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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