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슬프기도
아침엔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침과 함께) 부비면서
“엄마, 엄마 잘 자떠?”
라며 깨운다.
밤엔
단풍잎 같은 손으로 내 양 볼을 감싼 후
코를 맞대고 잠든다.
숨결을 느끼는 게 좋아서
지민의 들숨에 나는 날숨을 쉬고
날숨에는 들숨을 쉰다.
아이의 숨에선
달큰한 향이 난다.
종일 함께
아주 많이 웃는다.
가슴 가득 품에 안고,
자주 뽀뽀 한다.
행복하다.
진짜로.
엄청 행복할 땐
왠지 슬프기도 하다.
170307
백화점 화장실에는
엄마가 볼 일을 보는 동안
아기를 앉혀놓을 수 있는
벨트 달린 작은 의자가 있다.
돌 전 처음 여기에 앉혔을 때,
영문도 모르고 앉혀진 후
멀뚱멀뚱
나를 보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리고
지극히 원초적이고
개인적인 일을 치르는 내 모습을
누군가 이렇게까지
빤히 응시하고 있다는 게
기가 막혀서
나는 바지도 올리지 못한 채
혼자 끅끅대고 한참을 웃었다.
이제는 나에게 말을 건다.
"엄마 응가?"
"아니, 쉬야 해."
"엄마 응가."
"아니 쉬야라니까."
언제까지 여기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