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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미 May 21. 2024

"엄마, 엄마 잘 자떠?"

왠지 슬프기도

아침엔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침과 함께) 부비면서

“엄마, 엄마 잘 자떠?”

라며 깨운다.


밤엔

단풍잎 같은 손으로 내 양 볼을 감싼 후

코를 맞대고 잠든다.


숨결을 느끼는 게 좋아서

지민의 들숨에 나는 날숨을 쉬고

날숨에는 들숨을 쉰다.

아이의 숨에선

달큰한 향이 난다.


종일 함께

아주 많이 웃는다.

가슴 가득 품에 안고,

자주 뽀뽀 한다.


행복하다.

진짜로.


엄청 행복할 땐

왠지 슬프기도 하다.


170307




백화점 화장실에는

엄마가 볼 일을 보는 동안

아기를 앉혀놓을 수 있는

벨트 달린 작은 의자가 있다.


돌 전 처음 여기에 앉혔을 때,

영문도 모르고 앉혀진 후

멀뚱멀뚱

나를 보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리고

지극히 원초적이고

개인적인 일을 치르는 내 모습을

누군가 이렇게까지

빤히 응시하고 있다는 게

기가 막혀서


나는 바지도 올리지 못한 채

혼자 끅끅대고 한참을 웃었다.


이제는 나에게 말을 건다.


"엄마 응가?"

"아니, 쉬야 해."

"엄마 응가."

"아니 쉬야라니까."


언제까지 여기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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