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집에서 푸욱 쉬었다. 원래 에버랜드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 갔다. 하늘이 도우신 것이다.
둘이서 같이 책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뽀로로를 보고, 밥도 맛있게 먹고, 낮잠도 두 시간 동안 잤다. 지민은 '낮잠혐오아'라서 재우는 일이 항상 큰 과제였는데 오늘은 아주 평화로웠다. 진실로 평화로웠냐면 실은 아니다.
여느 때처럼 나란히 누워서 책을 읽어줬다. 그 후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눈이 감겼는데, 지민이 거실로 나가서 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낮잠은 또 틀렸구나, 좌절했다. 난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나는 의식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얼굴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인상을 찌푸리고 실눈을 떠보니 지민이 내 머리보다 더 큰 장난감을 얼굴 위에 올려놓고 뚱땅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코 눈이 마주쳐선 안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통증을 참아내며 계속 죽은 척, 아니 자는 척을 했다. 엄마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아이의 수면을 돕는다는 썰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 얼굴에 파란색 멍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쌕쌕 숨소리 연기를 했다. 멍이 대수랴. 낮잠을 재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뚱땅거리던 건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얼굴 위에 그놈의 장난감을 계속 올려놓은 채 더 머물렀다. 몇 초 후 귀를 기울였다. 지민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우리는 나란히 두 시간의 꿀잠을 자고 일어나 또 놀았다. 뽀뽀도 많이 하고, 서로 많이 안아주고, 많이 많이 웃었다. 지민도 나한테 "엄마, 따랑해."를 자주 말해줬다. 고마워. 내가 더더더더더더더 사랑해!
1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