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향, 그리고 뇌의 반응
아이가 세 살 때였습니다.
출산 직후 큰 위기를 넘기고
이후 오랜 기간 회복되지 않는 컨디션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넝마 같은 상태였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자유로운 몸이 되어 찾은 곳이 명상 클래스였습니다.
24시간 아이를 향했던 촉수를 거두고
고요하게,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인 명상에 들어가기 전,
선생님께서 조그마한 갈색병에 담긴 무언가를
수강생들의 손바닥에 한 방울 씩 떨어뜨렸습니다.
갈색병에는
각각 주황색과 파란색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오렌지 에센셜 오일과
페퍼민트 에센셜 오일이었습니다.
양손을 부드럽게 비비고
두 손을 정성스레 모아 코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습니다.
오렌지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향과 함께,
상쾌하고 시원한 페퍼민트의 향기가
온몸을 쾌청하게 깨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축 늘어진 낡은 헝겊 같았던 몸과 마음이
생기로 가득 차오르고,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명상 클래스가 끝날 무렵엔
라벤더 에센셜 오일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향기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깊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지금까지 맡아본 오렌지, 페퍼민트, 라벤더 향기와는 달랐습니다.
향기를 맡고 눈물을 흘린 경험이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1년 후, 아이를 기관에 보내면서
요가 수업을 시작했고,
동시에 아로마테라피를 전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 접했던 에센셜 오일이
몸과 마음에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킨 이유를 탐구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향기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후각은 감각 기관의 시인이자, 감정의 중요한 감각이다.
Kay.L.M.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 촉각과 차별되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감정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 읽었던
<후각행복학>이라는 책에서는
후각이 ‘행복’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화에서는
좋은 향기, 자연의 향기를 일상 속에서 가까이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 방법에 대해
뇌과학적 정보와 함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몸의 감각 중 시각이나 청각, 촉각은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뇌의 ‘시상’이라는 곳을 거쳐서
복잡한 경로를 통해 전달되지만
후각은 다릅니다.
우리가 코로 향기를 맡으면,
그 향기 입자가 콧구멍 위쪽에 있는 후각 신경을 통해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로 직접 전달됩니다.
이 변연계의 핵심 구성 요소에는
편도체, 해마, 시상 하부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향기를 맡았을 때,
편도체가 “좋다, 싫다, 역겹다” 등과 같은 감정적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해마는 그 향기와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죠.
저는 해가 질 즈음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
순간,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시던 뒷모습과 함께,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던 그때의 조명과 온도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그 순간, 해마가 일을 한 거죠. 해마는 ‘기억 저장소’입니다.
이렇게 편도체와 해마가 내린 결론에 따라서
실제 몸의 반응이 만들어집니다.
‘신체 컨트롤러’인 시상하부가
우리의 심박수, 체온,
근육의 긴장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거죠.
해 질 녘에 된장찌개 냄새를 맡은 동시에
제 근육이 이완되고, 심박수가 내려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시상하부 덕분입니다.
‘변연계’라든가, ‘편도체’라는 명칭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일들입니다.
이렇게 후각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부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혹시 요즘
별 일이 없는데도
만성적으로 피곤하고 예민해졌다고 느끼신다면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편도체의 상태와
조금 닮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정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긴장 속에서
불안, 우울, 무기력 같은 감정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 ‘생존 모드’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충동적이고, 방어적이고,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웃어넘길 일에 불 같이 화를 낸다거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서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터널 시야’ 현상이 발생합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거죠.
상대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날 싫어하나 봐.’ 하고 맘 졸이거나,
수많은 칭찬을 들었는데,
단 하나의 비판에 집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래본 적 있잖아요?)
신체적 증상으로는,
호흡이 얕아지고, 근육이 긴장되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력 감퇴, 수면 방해가 일어날 수 있고,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안 좋은 일들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면서 걱정하는
‘예기 불안’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마음을 다시 안전한 상태로 되돌려주는
‘회복의 신호’가 필요합니다.
불안을 느낀 편도체가 비상 사이렌을 울릴 때,
불안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는 에센셜 오일의 향기를 맡으면
향기 입자가 직통 하이패스 노선을 타고
약 0.15초 만에 편도체에 도착합니다.
예를 들어 라벤더 에센셜 오일의 향기를 맡았다면,
그 속에 있는 ‘리날룰’이라는 화학성분이
뇌의 진정 반응과 관련된 신경 전달 과정을 도와서
편도체의 과도한 긴장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 과열된 엔진에 냉각수를 붓는 것처럼요.
편도체가 안정되면,
시상하부가 즉각 반응합니다.
“이제 안전하다”라는 신호가 전신으로 퍼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멈추고,
얕았던 호흡이 깊어지면서
불안에 시달리는 동안 긴장돼 있던 근육도 이완됩니다.
그때부터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는 거죠.
냄새를 맡는다는 행위가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후각행복학>의 저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이상훈 님에 의하면,
좋은 향기는
불쾌한 감정을 완화하고
해로운 행위를 교정하는데 효과적이어서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불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게임 중독, 숏츠 중독, 쇼핑 중독 등
각종 중독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요,
기분 좋은 향기와 관련된 추억이 많은 경우,
중독 충동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
미디어 사용 시간 조절 문제로 인해서
하루 종일 옥신각신하느라 힘드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가정 안에서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시면
편도체가 안정되고,
스스로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돕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아이가 직접
자신의 손에서 미디어 기기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 또한 평온한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 거예요.
경험담입니다.
<후각행복학>에서는,
행복과 관련된 대뇌 메커니즘을 보면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 및 쾌락과 관련된
변연계가 주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자연의 향기가 그대로 담긴
에센셜 오일을 일상 안에 두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