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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신느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 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 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류 시 화 -


아버지의 전화처럼 오랜만에 글을 쓴다.

바쁘다는 핑계보단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에

글을 쓰지 못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벚꽃이 떨어지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니

나는 글을 쓴다.


그 동안 늘어난 것이란

뱃살과 늘어난 책가지들 뿐.


글을 쓸 때 마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지나온 발자국들이

길 위에 남아 있는지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읽으니


전생에 새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계속 뒤돌아 보는 건

멈추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오늘처럼 짧은 글 하나 적을 수 있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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