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를 잊는 일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 허 연 -
1. 날이 무덥습니다. 바람 한점 없는 후더운 날씨에 평안하신지요?
2.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체감이라고 하고, 사람이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수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체감온도라 한다지요. 그렇다면 제 체감으론 사무실은 얼음왕국, 밖은 데스밸리(Death Valley)라 말할 수 있겠네요.
3. 날이 덥다해도 사랑은 식지 않나 봅니다. 지나가는 연인들을 보니 아직도 한 몸처럼 가까이 붙어 있네요.
4. 얼음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은 얼음창고에서도 땀을 흘리고, 풀무에서 일하는 사람은 한여름을 시원해하기도 하죠.
5. 온도를 잊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일에 빠지는 일인 거 같습니다. 날이 덥거나 춥거나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6.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내가 덥다고 느끼는 경우보다, 아기가 더울까 걱정하는 맘이 커집니다. 너에게 빠지는 일이란 그런 일이겠죠.
7. 올여름은 무언가에 빠져 온도를 잊고 사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