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말들
내가 하는 말이 다 기록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대표적으로 조선실록의 경우 사관들이 왕들을 따라 다니면서 왕과 주변 관료들이 하는 행동을 빠짐없이 적은 기록물 사초(史草)를 만들었다. 왕으로 즉위했던 인물이 사망하면, 현직 왕은 사관 같은 춘추관의 구성원과 정승급 고위 인사를 넣은 임시기구인 실록청을 설치하고, 관련 기록들을 모아서 죽은 왕의 실록을 편찬했다. 실록에도 이런 것 까지 기록되었다.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 태종 4년(1404) 2월 8일 4번째 기사 -
조선왕조실록 하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 태종이 사냥을 나갔다가 말에서 떨어졌는데, 태종은 자신이 말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사관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관이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라고 한 말까지 몽땅 기록한 일화이다. 후일 태종은 14년에 한 번 더 낙마했는데, 그 때는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란 말은 없고 단지 왕이 넘어진 것과 왜 넘어졌는지만 기록되어 있다. 아래 일화에 등장하는 사관은 민인생이라는 인인데, 민인생은 스토커마냥 태종의 뒤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태종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하고 다녔다. 태종 입장에서는 정말 진절머리 나는 스토커가 따로 없었다. 덕분에 태종실록에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다.
일상에서 우린 많은 말실수를 하기 때문에, 글로 남겨진다면 분명 수치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글을 보고 반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명언 제조기에요.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게 만드는 명언 제조기"
"근무하는 동안 그 말들을 다 기록했다면 사람들이 깜짝놀랄껀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 다 기록된다면 함부로 말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속 마음을 다 털어놓고 맘껏 욕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 외에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을 하지 말자. 내가 하는 말도 그 사람속에 다 기록되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