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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Apr 08. 2024

나도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but

두 아들 아빠의 파란만장 육아 서바이벌

여러분은 살면서 가장 가슴 떨렸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전 둘째 성별을 알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2주가 지나고 첫번째 검사에서는 의사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탯줄로 성별을 파악하기 어려울꺼 같아요. 한달 뒤에 다시오셔야겠네요.

대망의 1차 성별공개전은 한달뒤로 미루어지게 되었죠. 그 동안 아내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제발 딸이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실 출산 전까진 남아든, 여아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째가 남자라고 들었을 땐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죠. 첫째 아들이 돌을 지난 다음 둘째가 생겼어요.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이 컸지요. 다만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둘째는 딸이면 좋겠다.

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아들을 낳았어요. 그런데 한녀석은 딸을 얻었지요. 처음 그 녀석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한 괘심(?)한 녀석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성별을 알게되었을 땐,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딸바보가 되어가는 녀석을 보니 내심 부러운 마음이 커졌어요. 물론 저도 아들을 키우며 느끼는 만족감은 컸어요. 아들, 딸이 무슨 상관이랴 귀여우면 그만이지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차에 둘째를 가지게 되었으니, '첫째는 아들이었으니,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딸 키우는 재미가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깐요. 들리는 소문엔 딸은 앉아서 논다고 들었어요. 그럴수 있다니, 소꿉놀이를 하며 아빠 품에 안겨서 하하호호 한다는 소릴 들으니 동화속 유니콘 같은 이야기 같았죠. 그러니 당연히  저 나름대로 딸아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거 같아요.


16주 토요일 산부인과에 갔어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성별을 확인하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데, 뭔가 보았어요. 아니 보였어요!

설마? 내가 잘못본거겠죠?

첫째 경험이 있는 저에게 대자뷰 같은 게 지나갔어요. 첫째를 받아주신 의사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아차 싶었죠.

아.. 아버님 둘째도..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지 의사선생님이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셨죠.

같은 성별 아이를 키우는 게 좋아요. 아버님. 물건도 같이 쓰고

네, 물론 그렇겠죠. 두 아들이니깐, 엘사 옷을 안입혀도 되고, 인형을 가지고 소꿉놀이 하지 않아도 되고, 몸으로 놀아주면 되겠죠. 그러면 되겠죠? 마음속 생각이 입을 나오려는 순간 입술을 닫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어요.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오며 소감을 물어보았어요.

아쉽긴 하지만 같은 성별이라서 더 좋은 점도 많은거 같아, 이제 두아들을 엄마가 된다니 신기하고 걱정도 되네.

아내의 말을 듣고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았어요. 내가 두아들을 아빠라니, 며칠 전 식사 하는 가운데 청소년 자녀를 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딸딸은 금메달, 아들딸은 은메달, 아들아들은 목매달

아들 둘을 키운다는 게 얼마나 사회적 인식이 무겁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들 하나도 힘든 데, 두 아들을 키운다니 걱정이 크시곘어요. 이런 말을 듣을 때 마다 기쁨이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but


현재 두 아들을 키우는 저는 행복합니다. 딸도 좋지만 두 아들이라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두 아이의 아버지라서 기쁨이 두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그 기쁨을 브런치에 꾹꾹 적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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