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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를 보내며

시 읽는 동동이

by 동동이

달려온 거리만큼이나

부질없는 시간들이

덧없이 흐르고요

사람들은 먼 산 바라보며

씁쓸히 돌아섭니다


살아온 날만큼

빠르게 흐르는 것이

남겨진 시간이라고 하지만,

보내는 마음은

무거운 한 짐입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멈춰 선 발등 위로

먼지들이 자욱이 쌓이고요

맑은 영혼들의 흐느낌은

소리 없이 이어집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거리의 외등 불빛이

심하게 흔들리던 날,

다시 한번 부끄러워

고개 가로저어 흔들어봅니다.


- 다시 한 해를 보내며(정용관) -


연말 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방화동 화재로 인한 추락사와 어느 유명 배우의 자살 때문입니다.

연말 안타까운 소식에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도 들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란 생각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익숙한 일상을 살아내다보니, 티비 속 사건 사고는 나와는 무관한 일인것만 같습니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실제가 아닌 일들인 듯 그렇게 무심히 돌아섭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실제이며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는 컴컴한 세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 죽음 모두 가장을 잃었고, 두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합니다. 이제 곧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 때문일수도, 혹시 내 아이도 그렇게 남겨진다면 어떡하지 공포심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죽는 다면, 얼마간 가족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듣고 싶은 말, 못했던 말 등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덮치기 전에 그 말들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내가 남겨놓은 열매와 허물을 보겠지요. 아마 열매보단 허물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부끄러워 고개를 가로저어 흔들며, 다시 시작하는 한 해에는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길 기도하게 됩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 고개를 가로저어 흔들어 본다는 것은 아직 변화할 수 있다는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내어보아야 겠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거리의 외등 불빛이 심하게 흔들리던 날, 다시 한번 부끄러워 고개 가로저어 흔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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