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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이른 아침 문자 메세지가 온다

-나 지금 입시시험보러가 잘보라고 해줘

너의 그 말이 꼭 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세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아

잡을 검불조차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꾸벅꾸벅 졸았다


답장을 쓴다

-시험꼭잘보세요 행운을 빕니다!!


- 고 은 -


오늘은 수능날이네요.

내일 아침이면 전국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겠네요

딱 10년 전 저도 수능을 쳤는데 그땐 왜 그리 떨리던지

시험이 받아드는 순간.

내가 이 시험 하나 때문에 초중고 12년을 공부했는가,

허무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어느 글을 보니 수능날 아침 어머니가 미역국을 끊여주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은 왜 하필이면 수능날 아침에 미역국을 끊여주었냐면서

불 같이 화를 내더랍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이야기하셨데요

"너 시험 못쳐도 엄마가 미역국 끊여줘서 못친거니깐, 자책하지 말고 시험쳐"


아마 이 말이 그 학생에겐 수능성적보다 의미가 있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못 발송된 문자메세지 하나,

어떻게 보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문자이지만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단 걸 생각하면

쉽게 지나칠 수 없지요.

우린 가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기 원하고,

응원을 받기 원하기도 하죠

그럴 땐 가만히 안아주거나,

옆 자리에 살짝 앉자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 내일은 수능입니다.

-시험꼭잘보세요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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