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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Sep 10. 2018

#8. 아빠도 엄마처럼... 뒷이야기 epilogue.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아빠 육아 생각

이번 유치원 행사에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 엄마 왈,


"이러다가 아빠들 '공동의 적' 되시는 거 아니에요!"


한 아이 친구 엄마의 툭 던지듯 나온 그 말의 진의를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마치 일반적인 가정에서 흉내내기 힘든 이벤트로 아내를 감동시키는 'TV 속 남편'들, 지금 그런 일을 아빠 육아휴직을 낸 씸씸이 아빠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육아휴직 중에 나는 이런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하루는 하원길에 유치원 앞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아이 친구의 아빠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집도 맞벌이 가정이라 매일 친가와 외가 할머님들께서 요일별로 번갈아 가며 아이의 하원을 챙기는 집이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그 아이 친구의 아빠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아이 할머니를 통해 육아휴직을 쓴 친구 아빠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 하시면서 이야기 꺼내길.


"저도 육아휴직을 낼까 하고 아이 엄마한테 물으니 아이 엄마가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집집마다 다른 상황이 있고, 아빠 개인 뿐 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빠의 육아휴직은 반드시 부부 간 긴 상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사에 대한 적극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아빠들은 여전히 '바깥양반'에 머무르고 있다. 적어도 아직 우리나라의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 아빠들의 이미지는 '수동적'이다. 

심지어 맞벌이 남편으로서 집안일의 절반은 내가 나서서 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 역시 육아휴직을 통해서 아내에게 반성아닌 반성을 했으니 말이다.



"난 주말에도 집에 있는 것이 괴로운데 그 힘든 일을 왜 사서 하느냐."라고 말하는 친구,
"애는 엄마가 키우는 거지 내가 뭐 아는 게 있나."라고 말씀하시는 한 선배님,
"진짜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러는 거야?"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으시는 직장 상사님 까지.


사람은 주변 환경의 변화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게 사람의 본성이다.


내 할아버지가 그러셨고, 내 아버지도 그래 왔고, 또 이제 아빠가 된 나 역시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바깥양반'으로 살았으면 하는 것이 어쩌면 대한민국 대부분 아빠들의 바람 이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형서점에 가면 '페미니즘'이라는 별도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을 만큼 '성 평등'을 위한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아이는 그런 변화될 사회의 모습이 이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그런 같은 문화적 코드를 가진 짝을 만나 함께 완성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런 사람이 되는 길에 아빠와 엄마가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아이는 그런 변화될 사회의 모습이
이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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