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일럿(Auto Pilot)을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운전자 입니다
미국에서 비행을 배우는 동안, 저에게 테슬라는 "미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동차" 였습니다. 비행학교 주차장 한 켠에 주차되어 있던 테슬라 모델 X는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군대에 있을때 탔던 경차 크기의 전기차보다 한층 진화한 전기차는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테슬라는 이미 전국에 보급되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차로 변했습니다. 테슬라가 익숙해지면서 알게된 점은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닌, 완전자율차를 지향하는 전기차 라는 점이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했던 4월의 어느날, 저도 테슬라의 모델3를 시승했고 그 자리에서 모델 3 롱레인지를 주문했습니다. 크루즈컨트롤도 제대로 사용해보지 않았던 저에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기능(이하 오토파일럿)은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좁은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차에 탑승하지 않고 자동차를 주차장에서 꺼낼 수 있었고, 방향지시등만 켜면 옆의 차선이 점선인지 실선인지를 확인하고 차선변경이 이뤄졌으며, 고속도로에서 스스로 출구를 찾아 나가는 테슬라는 적잖은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테슬라를 주문한 이후 저의 관심은 온통 테슬라에 쏠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사고 소식을 여럿 접했습니다. 특히 올해 1월 대만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충돌 사고 영상을 봤을때, 운전자가 느꼈을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다가왔습니다.
쏟아지는 기사들은 운전자가오토파일럿을 맹신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완전자율주행이 아닌 이 기능을 오토파일럿으로 부르는 명칭 또한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토파일럿을 밥 먹듯이 사용하는 조종사로서,
자율주행기능에 대한 믿음과 이미지가 더 큰 원인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능을 완전자율주행, 반자율주행, 오토파일럿 등 부르는 명칭과 무관한 것 같습니다.
운전자들은 "내가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이고 위험을 피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흔히 헬퍼(Helper) 라는 무거운 추를 운전대에 매달아 두고 운전대를 잡으라는 센서의 조언을 피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오토파일럿을 켜두고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해당 기능을 NOA 혹은 FSD로 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자신을 "승객"으로 생각하는거 아닐까요?
제가 경험하고 있는 항공기의 오토파일럿을 예로 들어 볼게요.
항공기의 오토파일럿은 보통 이륙 직후부터 도착지에 접근이 마무리되어가는 때까지 사용되거나 항공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까지 사용되기도 합니다.
조종사는 오토파일럿이 켜져 있는 동안 항공기의 속도, 기수, 고도, 그리고 상승/강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하는 루트를 미리 입력하면 항공기가 알아서 방향과 고도를 맞춰서 비행합니다.
그동안 조종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수시로 감시하고 언제든 수동비행 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항공기가 비행을 잘 하고 있는지는 물론 항공기 차체에 결함이 생겨서 항공기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려는 징후나, 다른 항공기와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이 생기면 "즉시" 오토파일럿을 해제하고 항공기를 수동으로 조종합니다.
그게 바로 조종사가 두명이나 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맹신하지 않고 "우리가 최종 책임자" 라는 생각으로 조종에 임합니다.
다시 자동차의 오토파일럿의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조종사들처럼 자동차의 움직임에 최종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에서 BETA 라는 글자가 사라져도 그러합니다.
물론 오토파일럿 덕분에 우리의 발과 손의 피로도가 줄어들고 운전의 부담이 확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경비행기를 수동으로 비행하다가 처음으로 오토파일럿을 사용했을때 너무나도 편하고 릴렉스되는 기분을 만끽했기 때문이죠. 오토파일럿 운전을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도 아마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겼을때 마치 뒷자리에 앉아 있는 승객이 된 기분이었거든요.
다만 운전자 분들이 스스로를 승객이 아니라,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운전자라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자동차의 오토파일럿을 켜고 끄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로 일어나는 일이며, 최종 책임자는 운전자이기 때문입니다. 오토파일럿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승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이 완성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운전자 입니다.
앞에 장애물이 보인다면, 언제든지 핸들을 잡고 오토파일럿을 끄고 안전하게 운전하시길 바랄게요.
해당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겨냥하여 비판하는 글이 아닌
안전한 (반)자율운전 자동차 문화 정착을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의견임을 밝히며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