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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Sep 10. 2020

우리는 모두 선희다

<우리 선희>-홍상수 감독

잠적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선희. 그녀는 최교수한테 가서 추천서 써달라고 부탁하고, 오래 만난 옛남자친구 만나고, 잘 알고 지내던 선배까지 만난다. 그들이 설명하는 선희에 대한 묘사를 계속 듣다보면 '나도 들어봤을법'한 이야기같다. 솔직하다, 용감하다, 예쁘다, 착하다, 똑똑하다, 가끔 또라이 같다, 이런 말들은 선희 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는 대부분 갖고 있는 공통의 특징이다.


최교수는 선희를 남몰래 흠모했었다. 나이 많은 교수가 제자를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 이 영화의 설정에 조금 소름 돋았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선희는 그런 최교수의 마음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추천서를 잘 써달라고 술로 꼬시고 부탁한다. 

옛남자친구는 오랜만에 만난 선희에 내심 반가워하면서 재회를 바라고 선희에게 다가선다. 선희는 미적지근하다. 옛남자친구는 영화감독 지망생이고 아직 크게 터뜨린 작품은 없다.

선희는 선배와 술 마시면서 분위기 타서 약간의 스킨쉽을 하게 된다. 이 선배는 결혼한 사이고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이 세 남자는 선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인생조언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서로 그런 말은 쉽게 할 수 있고 잘 보인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우리는 타인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너는 이러하다, 저러하다는 둥의 판단은 자유롭게 내릴 수 있지만 그 판단이 우리를 구속시킬 수 없다.

오래 사귄 선희의 남자친구도 그의 "속 마음을 잘 모르겠다"라고 고백한다.

결국 이 남자 셋은 "뭐 그냥 결국 자기가 사는데로 사는 거지"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그 누구도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최근에 누군가 나에게 내 말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난 신나게 내 최근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리면서 "특유의 말투가 나왔다"며 귀엽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말 습관 또한 나의 일부겠지. 그 말투가 나의 성격의 일부를 보여준들, 정작 중요한 나, 그러니깐 나를 가장 잘 대변하는 '나의 속마음'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담...

이렇게 흘리고 다니는 영화 속 선희를 보면 마음이 동하다. 이런 여자가 현실에 있다면 아마 수차례 욕먹었을 썅년이다. 그런데 자기 정체성을 찾고 다니는 선희가 만든 이 상황은 어찌보면 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선희의 모습이 내 속내를 끄집어 여과없이 보여준 것 같아 얼굴이 후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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