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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살리아 Sep 04. 2017

#2. 동화 속 행복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꼭 우리 이야기 같지 않아?”


콜드플레이의 “Something just like this”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 오웬의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태양빛에 반짝였다. 그의 옅은 미소와는 대조되게 눈빛 만은 어딘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에지는 순간의 침울함을 넘기고 싶었다. 그녀는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에 오웬의 얼굴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을 장난스럽게 따라 불렀다.


“Where’d you wanna go?"

(어디로 가고 싶은데?)


"How much you wanna risk?"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데?)


오웬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가사를 이어 불렀다.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를 따라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속삭이듯이.


“I’m not looking for somebody with some superhuman gifts.”

(난 어떤 초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니야.)


“Some superhero.”

(어떤 슈퍼 영웅도.)


“Some fairytale bliss.”

(어떤 동화 속 행복을 바라는 것도 아니야.)


“Just something I can turn to somebody I can kiss.”

(난 그저 의지 할 수 있는, 키스할 누군가를 찾고 있어.)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난 바로 이런 걸 원해.)


오웬의 두 손이 에지의 양팔을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찾았어요? 뭐, 보여요?”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하나같이 자이로 밴드를 팔목에 차고 있었다. 입장하면서 받은 불투명한 흰색의 팔찌다. 액정이 나간 애플 워치 테스트 모델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단순히 불투명에 그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이 연주되면 그 음악에 맞춰 자동으로 불빛이 뿜어 내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을 터다. 그 불 빛은 완전히 해가 지자, 그곳 야외 공연장에서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5만 개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 음악에 맞춰 흔들거렸다. 상공에서 바라보면 단연코 아름다운 빛의 향연임이 틀림없었다.


“자이로 밴드 때문에 찾기가 더 힘들어졌어.”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이리 줘봐요. 아직 실험단계이긴 한데 야간모드로 전환해 볼게요.”


“됐어. 없는 거 같아. 그만 나가자.”


여자는 다음 가사를 듣고 싶지 않은 듯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두루루 두루루 두루루 두두”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현장의 관객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만들었다. 그는 무대 앞 스탠딩 석 4개 구역을 비롯하여 저 멀리 지정석 자리까지 모든 구역을 꽤 뚫고 있는 듯했다. 2층과 3층도 예외는 없었다. 그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보답하듯 관객들의 떼창이 이어졌다. 5만 관객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공연장을 빼곡히 울렸다. 나자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 울림에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네? 뭐라고요?”


“그만 나가자고!”


“그냥 다시 하라고요?”


“그만 여기서 나. 가. 자. 고!!”


소리치던 여자는 뒤 돌아 출입구 쪽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아니, 잠시만요. 누.. 누나! 작가 누나! 같이 가요!”


서둘러 나가는 그들 뒤로 5만 관객의 떼창이 절정에 달았다.


“Oh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Oh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Oh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그들은 크리스 마틴의 마지막 소감을 듣지 못했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관객이에요. 굉장한 밤입니다!.”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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