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Lies come in, that`s where that drama begins. 이 곡 마지막 가사예요.”
지훈이 여전히 창밖에 서있는 에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The Roots의 “You Got me”가 계속 반복해서 플레이되고 있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그녀가 읊조렸다.
“Lies come in, that`s where that drama begins. 거짓을 말하면 그곳에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에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드라마…… 비극일까? 희극일까?”
“글쎄요. 거짓말을 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비극적이지 않을까요? 뭐. 어쩌면 말한 사람이 의도한 건 희극을 원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지훈의 말에 에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느덧 힘차게 쏟아지던 빗소리도 잦아들었다. 지훈은 밖을 내다보고서는 곧 자신이 이 공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재빨리 그러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누나는 주로 어떤 시나리오를 쓰세요? 비극인가요? 희극인가요? ”
그의 물음에 에지는 대답 대신 현관을 쳐다보았다. 그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지훈은 음악을 껐다. 음악이 삭제된 공백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에 손님이 와있었나 보네.”
카일의 목소리였다. 지훈은 놀라서 에지와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누… 누나? 저분은 누구세요? 혹시 누나 결혼하셨어요?”
지훈의 물음에 카일이 재빨리 대답했다.
“아.. 아… 오해 말아요. 우린 직장 동료입니다. 아… 그러니까……”
“나랑 동거하는 남자야.”
에지가 덤덤하게 설명했다.
“누… 누나… 동거 남이요?”
“아니 아니. 에지, 그렇게 말하면 오해하지. 아… 그러니까 우린 뭐 전략적으로 같이 지내는 파트너? 뭐 그런……”
그때 제이슨이 들어왔다.
“에지. 그 아이스크림가게 문 닫았어. 내일 아침에 사가지고 올게”
지훈은 제이슨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아! 에지 손님이 와있었구나. 안녕하세요?”
제이슨이 지훈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지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에지를 향해 물었다.
“작가 누나! 이 분도같이 사는 동료인가요?”
지훈이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다.
“작가 누나?”
제이슨이 황당한 듯 에지를 바라봤다.
“에지가 저 친구한테는 작가 누나인가 본데요?”
제이슨이 카일을 향해 속삭였다. 눈치 빠른 카일이 잽싸게 지훈을 향해다가 갔다.
“아. 그러니까. 우린 지금 작품을 같이 하나 만들고 있어요. 에지가 시나리오를 쓰고. 아. 나는 연출을 맡고 있어요. 카일입니다. 반가워요. 그리고 여기 호리호리한 이 키 큰 친구는 아… 그러니까…”
카일이 적당한 단어를 찾고 있을 때 제이슨이 먼저 치고 나갔다.
“아! 저는 캐스팅 디렉터 제이슨입니다. 로케이션 매니저도 하고 배우도 발굴하고 있어요. 요즘은 주로 감독님과 다니면서 장소 섭외하고 있죠. 방금 러시아에서 오는 길입니다. 다음 작품 찍을 장소를 찾고 있거든요.”
두 남자의 역할놀이에 에지가 옅은 실소를 보였다.
“아. 그러셨구나. 안녕하세요. 저는 박지훈입니다. 작가 누나랑은 어제 처음 이태원에서 만났어요. 제가 개발하고 있는 이 안경에 관심을 보이셔서…… 오늘은 같이 콜드플레이 공연도 보고, 뭐. 찾을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누나가 비 오는 날 집에 혼자 있으면 무섭다고 그래서…… 근데 지금 비도 거의 그친거 같고, 시간도 너무 늦었으니, 또, 이렇게 같이 사시는 분들도 오셨으니까. 그래 가지고 에어로스컬 스피커를 누나가 선물해줘서, 지금 그것을 제가 들고 이제 막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지훈은 두서없이 에지와의 있었던 일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본인의 퇴장을 알렸다.
“지훈? 보니까 내가 한참 형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 아 그러니까 그건 여기 잠시 두고.”
카일은 지훈이 품에 안은 해골 모양의 스피커를 가로채 제이슨에게 넘겨 두고는 그를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
“우린 또 손님이 오면 근사하게 대접하는 게 룰이니까.”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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