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크로아티아 항구도시, 스플리트의 남단에 위치한 브라츠 섬에는 놀라운 해변이 있다. 바다를 향해 삐죽하게 튀어나온 해변의 형상은 고깔을 뒤집어 놓은 모양을 닮았다. 해변의 끝을 기준으로 왼쪽 모래사장과 오른쪽 모래사장의 날씨가 다른 것이 신비로운 해변이다.
꼭짓점에 해당하는 부분의 모래사장에는 얕은 둔덕이 있다. 움푹 들어간 부분에 등을 대고 바다를 향해 누우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자연이 주는 베개가 되고, 따뜻한 태양은 이불이 되어 포근하게 몸을 감싸주며, 아드리아 해안의 짙은 푸른 빛깔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가 미상의 경이로운 미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잔잔한 파도소리가 평화롭게 들리던 그곳에서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둔덕 밑에서 몸이 가려진 채 가로로 누워 있어, 남자의 두 다리만이 멀리서 겨우 보였다.
“이봐요? 괜찮으세요?”
쌍둥이 두 아이와 한가롭게 태닝을 즐기고 있던 젊은 여자가 걱정 어린 눈빛을 하고는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남자를 발견한 건 그녀의 어린 두 딸아이였다. 그녀의 다섯 살 배기 어린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고 놀다가 남자를 보았다. 누워있던 남자의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엄마에게 달려가 남자의 존재를 알렸다.
“이봐요! 정신 차려봐요!”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남자를 흔들어 깨웠다. 감겼던 남자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로 생김새가 똑같은 쌍둥이 여자 아이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옆에 자신을 불러 깨운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남자의 눈 맞춤으로 안도에 눈빛으로 변해갔다. 태양 빛에 남자의 갈색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정신이 드세요?”
“오늘이……”
남자가 입을 꼼지락거리자 여자는 남자의 입술 근처로 자신의 귀를 바짝 가져갔다. 희미한 남자의 육성이 그녀의 귓구멍을 타고 들려왔다.
“오늘이 며칠입니까?”
“언제부터 여기에 쓰러져 있었던 거죠? 오늘은 5월 9일이에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아……지금이 몇 년도인가요?”
“네? 당연히 1988년이죠.”
쓰러져있던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당황했다. 남자가 다시 여자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술을 실룩거리자 여자가 다시 귀를 귀울였다.
“에지……”
남자의 눈 커플이 다시 서서히 내려와 감겼다. 주먹을 쥐고 있던 그의 손이 풀리자 손톱만 한 정육각형의 큐브가 모래사장 위로 떨어졌다.
“카일?”
“응.”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
“오웬은 왜…… 145개의 안티텔레프를 훔친 걸까요?”
카일은 제이슨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대답 대신 다시 소파 안쪽으로 돌아누웠다. 팔을 괴고는 이내 눈을 감는다. 제이슨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날 처음 올려다본 후드를 뒤집어쓴 오웬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붙잡아 두지 못한 그를 이렇게라도 잡아보고 싶었다. 그의 갈색 눈을 마주한 채 제이슨이 다시 말했다.
“정말 줄리의 죽음에 쓰였던 걸까요?”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지금 몰입했다면,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