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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살리아 Aug 27. 2017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9월 1일, 시작합니다.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scene 1.

그의 심장 가까이에 가벼운 압력이 가해졌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 콧구멍을 실룩거린다. 민트향이다. 등 뒤로 척추 골, 움푹 들어간 부분에서 그의 왼쪽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듯 리듬을 탔다. 완전한 나체의 여자는 움찔거린다.


scene 5.

“아니, 나는 행운을 얻은 게 아니라 내가 힘들게 선택한 거요. 내게 행운은 쉽게 굴러들어 오지 않더군. 인생이 그렇지 않소. 특히나 행운은 늘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비껴갈 뿐이오. 오히려 당신같이 무지한 사람에게 예기치 않게 찾아오지.”


scene 14.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완벽한 자유다.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모든 세포의 멈춤을 제어한 순간 찰나의 적막을 느낀다. 이내 천천히 조금씩 숨을 초원 밖으로 내뱉는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직 살아있다.


scene 15.

“중요한 건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끝을 보는 사람이라는 거야.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깃발을 꽂은 아문센이야. 그러니 너도 아직 멈추지 마. 분명 네 뒤에, 어쩌면 너보다 더 앞서가는 누군가가 있을 거야. 그들보다 먼저 너의 깃발을 꽂아. 잊혀지는건 한 순간이야. 그전에 끝을 봐야지.”


scene 18.

호텔 가운을 걸친 늘씬한 한 여자가 로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맨발의 그녀는 마치 먹이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앞다리가 긴 암컷 하이에나 같았다. 로이는 노을빛에 취해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던 여자는 걸음을 멈추고 가운을 벗었다.


scene 20.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얼굴을 돌려 벽 가까이 귀를 가져갔다. 남자의 단 잠을 방해했던 소리의 근원이 그곳에 있었다. 얼굴을 들어 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이 걸어왔던 긴 복도를 돌아보았다. 복도 끝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벽 너머에는 뭔가가 있다. 남자의 호기심은 다음 단계로의 발 빠른 판단을 가져왔다.


scene 24.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자연이 주는 베개가 되고, 따뜻한 태양은 이불이 되어 포근하게 몸을 감싸주며, 아드리아 해안의 짙은 푸른 빛깔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가 미상의 경이로운 미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잔잔한 파도소리가 평화롭게 들리던 그곳에서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9월 1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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