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루드

여행의 반환점이 갖는 의미

by 아살리아
여기에 쓰여지는 글들은 제시해주는 음악을 틀어 놓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온전히 글 속으로 더 빠져들 수 있어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음악을 알고 있다면, 눈을 감고 잠시 그 음악을 마음속으로 플레이하세요. 자. 이제 음악이 준비되었나요?





#사운드 오브 브런치 제 7화 - 인터루드

#준비할 음악: Coffee Break by Loptimist



음악을 플레이하세요.



(가사가 없습니다.)


...










#Intro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대충 퍼져서 팟타이를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 세계의 모든 배낭여행객들이 경유하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지금 나는 이곳에서 그들에게 묻혀서 허기진 배를 팟타이로 채우고 있다. 어떤 이는 조용히 카페에 앉아 책을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편의점 앞 계단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또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둘러 앉아 길거리 연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행복해 보이기만 하다.


길바닥에 앉아 먹는 팟타이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을 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내게로 다가왔다. 슈렉에서 나오는 고양이가 현존한다면 바로 내 앞에 있는 이 고양이 일 거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날의 카오산 밤거리 풍경을 보자마자 우린 일정을 바로 수정했다. 카오산로드에 푹 빠져서 이곳이 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 하루 더 이곳에 머무르자. 저 귀여운 고양이를 봐서라도...


태국 여행 시작점, 카오산에서 만난 아이.




#Intrerlude


이상하게 여행의 반환점에 다다르면 아직도 여행 일정의 반이나 남았지만 이제 돌아가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허탈감과 아쉬움. 그 이유는 뭘까. 이건 세 시간 풍류를 즐기고 돌아온 친구의 기척에 꿈속 소풍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내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건 같은 길이라도 처음 간 길은 멀게 느껴지지만 한번 가보았던 길은 가깝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인가. 혹은 산행에서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인가. 그렇지만 누구나 아는 진리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걷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 뭐 그래도 누구나 정상에서는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지 않는가. 그래 여행의 반환점은 한 템포 쉬는 순간.



지난 태국여행의 인터루드. 치앙마이의 밤거리.






#Outro


여행의 끝자락. 계획대로라면 돌아온 방콕에서 남은 돈으로 쇼핑을 지르고 발 마사지를 하면 된다. 그렇게 아다지오를 향해 가야 하는데 모데라토로도 모자라 스타카토를 찍고 있다.


씨암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끝으로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태국 여행은 또 한 번의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매번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그런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우니 다음이 있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여행 중에 그 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지루 할 때쯤 또 다시 여행길에 오르는 그런 장기여행을 해야 만족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태국 여행의 마지막. 씨암.







인터루드(Interlude). 불과 7~8년 전만 해도 음악가들은 자신의 앨범 중간에 인터루드를 넣어 음반을 만들었다. 음원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 청자들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음반을 구입하여 듣거나 혹은 구입한 음반을 MP3 파일로 추출해서 들었다. 한 장의 음반을 손에 쥐면 CD를 플레이 하기 전에 커버 디자인도 꼼꼼히 살피고 트랙리스트를 훑어보며 누가 피처링을 했고 누가 프로듀싱을 했는지, 마지막 장의 Special Thanks to까지 챙겨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연결해서 여러 번을 플레이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듣고 싶은 트랙들을 뽑아 듣거나 랜덤 플레이를 돌렸다. 처음부터 랜덤 플레이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 한 장의 음반이 그렇게 만들어지기 까지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꼭 그 트랙이 첫 번째일 이유라든지, 꼭 그 트랙이 마지막으로 오게 된 이유라든지 하는... 우리가 영화를 처음 볼 때, 영화의 제목이 나오는 데서부터 앤딩 크레딧까지 연결해서 보는 것과 같이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였고 당연한 거였다. 그렇게 한 장의 음반을 다 듣고 나야 제대로 감상했다는 개운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인터루드가 있다.


요즘같이 음원이 활성화되고 음악을 소장하는 것에서 이제는 음악을 접촉하는 양상으로 바뀐 세상이다. 더 이상 영화 한편을 감상하듯 음악가의 음반 한 장을 온전히 듣는 시대는 사라졌다. 그러면서 인터루드도 사라졌다.


이 사운드 오브 브런치를 10부작으로 계획고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한 장의 음반을 온전히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마음에서 인터루드를 넣었다. 아직 내겐 인터루드는 존재한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적는 저와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보게 될 분들과의 소통과 공감의 연결고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자. 이제 플레이를 멈추세요. 저의 사운드 오브 브런치 7화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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