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되었다. 1년 만에 200명 정도의 구독자가 생겼다. 나는 너무 소중해서 구독자 수를 보고 또 보았다.이제는 뭔가 더 의미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00명에 이런 거룩한 생각을 하다니 남들이 보면 우습다고 할 테지만, 그만큼 감사하다는 뜻으로 부끄럽지만 적어보았다.
처음에 왜 글을 쓰게 되었더라. 정확히 1년 전에 썼던 글을 꺼내어 봤다. 작년에 나의 안온했던 작은 집은 파혼과 데이트 폭력과 트라우마와 불면증으로 박살이 났었다. 그때는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마구잡이로 휩쓸리고 있을 시기이었어서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붙잡을 것이 필요했었다.
평생을 나 자신과 쉬이 타협하며 살아왔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공부는 다음 주부터. 그렇게 살아온 30여 년인데 글쓰기만큼은 더딜 지언 정 꾸준하게 하고 있으니 이례적인 일이다. 1년쯤 되니 주변에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한 번은 취미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당연한 듯 나에게 글쓰기가 취미이지 않느냐고 건네는 말에 깜짝 놀라 버렸다.이렇게 부단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글쓰기를 취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취미란 자고로 재미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솔직히 나는 글을 자유롭게 쓰지 않는다. 그다지 즐겁고 신나지도 않는다. 고백하건대 그것이 글 발행이 드문드문한 원인이다. 비록 잘 쓰인 글은 아닐지라도 내 나름대로는 무척 고심(苦心)해서 쓰고 있는 거다.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아니, 그럼 OO 씨는 글을 왜 쓰세요?
나에게 글쓰기는 일종의 격투기 수행과 같다. 나를 괴롭히다가 흩어져 도망가는 생각을 꽉 붙잡기, 붙들어서 글자로 메치기, 문장으로 업어치기! 잘하기 위해서는 체력 단련을 하듯 어휘 공부도 필요하고, 폭포수 밑에서 정신 수행하는 마음으로 생각 정리도 해야 한다. 꼭 글쓰기만이 방법은 아니지만, 각자의 격투기 수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라도 누구나 살아나갈 힘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는 아니지만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쓴다. 또는 글을 쓰기 위한 구상을 한다. 그러면 작은 순간들은 놀라운 글감이 되고 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글쓰기는 어려운 시기에 위로가 되어주었고 행복한 순간들을 붙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글을 쓰며 만난 분들의 조용한 응원과 따듯한 관심도 나를 살리었다. 다시금,나 혼자 살아지는 인생이 없다는 걸 느낀다.거저 주어진 것이 아닌 빚진 삶이기에 또 하루 더 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