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 전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평소에 짜장면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그렇게 먹고 싶었다. 심지어 훌륭한 중식당에서 신선하게 볶아낸 짜장소스로 만들어진 자장면 말고 그냥 동네 배달 짜장면 말이다. 화려한 해물이 들어간 삼선짜장도 아니요, 면과 함께 볶아낸 쟁반짜장도 아닌 그냥 일반짜장면! 나무젓가락을 쩍 갈라서 찹찹 비비면 쳡쳡, 꾸덕한 소리를 내며 비벼지는 바로 그 짜장면.
어느 정도로 먹고 싶었냐면, 매일 짜장면 생각을 하다가 검색창에 '자장면'도 찾아봤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 국립국어원은 2011년에 ‘자장면'과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지정했다. 이후 10년이 넘었는데 나는 '자장면'만이 표준어인 줄 알고 있었다. 표기법에 대해 언어학적인 논쟁이 있었다는데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자장'은 맛깔이 나질 않는다. '짜장'이라고 해야 춘장을 달달 볶은 맛이 떠오른단 말이야. 꿀꺽.
아마 내가 요새 다이어트를 한다고 샐러드만 먹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먹고 싶은 마음은 참으면 지나가겠지, 꾹 참고 러닝머신이나 뛰며 기다렸는데 보름 가까이 짜장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유독 힘든 일주일을 보낸 어느 금요일, 마침 비가 왔기 때문이다. 사실 금요일과 비가 내린 것 중 자장면과 관계있는 것은 없지만 치팅데이(cheating day)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설정이었다.
드디어 영접한 짜장면 한 그릇. 노란색 면에 진한 초콜릿 색 소스가 덮여있는 짜장면. 이게 얼마 만에 마주한 탄수화물의 색감이람. 초록색 샐러드만 보던 눈에서부터 아찔한 감탄이 새어 나온다.
쳡쳡쳡, 찰진 소리를 내며 비벼지는 짜장면. 진한 소스가 면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맛깔스러운 갈색 빛깔을 띤다. 당장에라도 입에 넣고 싶지만 고르게 비벼질 때까지 잠시 인내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완벽하게 버무려진 짜장면을 맛볼 수 있다.
양파의 아삭한 맛과 다진 고기의 고소한 맛이 쫀쫀한 노란 면 사이에 끼어 들어와 함께 달콤하게 씹힌다. 챱챱 소리를 내며 면이 입압 가득 씹힌다. 맛있다. 익히 아는 맛이다. 아는 맛은 강력하다.
이주일의 기다림은 순식간에 비워진다. 중간에 참지 못하고 폭주하지 않았던 내가 자랑스럽다. 기다렸던 보람이 있는 흡족함이다. 사실 그동안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체중이 많이 증가했다. 6개월 만에 7kg이 찐 탓에 맞는 옷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이 2개월째. 매일 운동하고 샐러드를 먹고 가끔 이렇게 치팅데이를 가지며 건강한 다이어트 중이다. 그럼, 다음 먹요일에는 뭘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