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아 Nov 01. 2023

나의 사랑하는 B에게

B에게,


얼마 전에 손톱 옆에 비쭉 나온 손가시를 손으로 떼어내다가 피가 조금 났는데, 어째서였을까, 마지막 보았던 너의 모습이 떠올랐어.


너는 욱, 참아내고 있었지. 간신히. 무엇을 견뎌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는 네가 음을 자물쇠로 꽁꽁 잠가두었는데 꼭 맞는 열쇠를 잃어버린 아이 같다고 생각했어.  꿋꿋해 보이려고 애쓰는 너의 위태로움이 애틋하여,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초조해지곤 해.


그때 너에게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이 마음을 뭐라고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지. 다 덮어두고 괜찮아질 거라고 하면 네가 기운을 차릴 수 있었을까? 근사한 위로나 멋진 응원의 말 같은 거라도 쥐어주고 너를 보냈으면 내 마음이 뿌듯했을까? 네가 달라고 해도 가진 게 없어서 내놓지도 못했겠지만. 그 후로도 내내 말 주변 없는 나를 후회해야 했어.


어느 노래가사처럼, 우리 도망갈까. 잠시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날까. 어디든 좋을 거야. 한적한 해변가 시골 마을은 어때? 마을 전체에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을 알고 있지. 그곳에서 혼자 울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온통 당근밭과 깻잎밭뿐이라서, 아무도 알지 못할 거야. 혹시라도 소리 내어 울더라도 파도가, 돌담이 가려 줄 테니까. 그러다가 누구라도 있으면 싶은 순간에는 내가 옆에 있을게.


그 오랜 시간 동안 너를 지켜봐 온 나잖아. 너는 항상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어. 네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너의 크고 작은 해냄을 목격해 온 사람으로서 너를 믿어.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을,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걸.


너는 무엇으로 나눌 수도 바뀔 수도 없는 불이지. 그래, 너는 불을 닮았어. 잠깐 차갑게 젖어 활활 타오르지 못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빛을 잃지 않는 불이야. 언제고 다시 밝게 타오를 불이야. 그리고 항상 그렇게 빛을 잃지 않고 건 다름 아닌 너였어. 뭔가를 더 이상 해내지 않아도 너는 지금 그대로 빛나.


나의 사랑하는 B. 사랑이 무얼까 생각하던 밤이 있었어. 비록 나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만 내가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너를 생각해.


오늘 하루도 살아있는 너에게 고마워. 의 11월은 10월보다 조금 더 다정하기를, 수월하기를.


사랑을 담아,

아아


2023.10.3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