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1
잠이 안 오네.
너무 피곤하고 어지러워서 여섯시에 근무를 마치자마자 황급히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도착한 택배를 뜯어 새로 산 식물에 물을 주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필라테스 수업을 빼먹었다.
‘더 인플루언서’ 라는 시리즈를 보았다.
보면서 든 생각은 어떤 분야에서든 인기를 얻고 영향력을 얻으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사람들 눈 앞에 꺼내어 들이밀줄(?) 알아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좋은 의미의 관종이 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처럼 자기검열 심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할 거야.
기안84의 새로운 예능 제목이 ‘태어난 김에 음악여행’이던가. (음악 일주였다.)
아무튼 그 프로에서 기안이 그런 얘기를 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소재를 생각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만화가가 되라고.
(정확한 워딩은 틀릴 수 있음)
모든 예술이 그렇지 않을까. 너무너무 맞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공연이나 음원발매 같은 것을 하지 않은 지 굉장히 오래되었다. 너무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모든 것이 다 음악이 되었던 시절은 이제 끝나버렸는데, 억지로 음악을 하기 위해 이야기를 끄집어내야만 하는 건지 고민하던 시점이 있었다. 하지만 억지마음으로 진짜를 위장할 순 없는 법이다. 대신 요즘 나는 글의 형태로 생각을 풀어내는 작업에 푹 빠져있다.
그렇다고 내 삶에서 음악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이 아닌 것을 안다. 그리고 내 안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겠느냐는 다른 문제. 누군가는 그런 것은 직장에 다니며 취미로만 하면 되지 않냐 말하지만 그 역시 자기만족이나 성취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상의 예술에서 자신을 예술가로 categorize 하는가. 그저 아마추어 즐겜러로 분류하는가. 아직은 즐겜러이지만 예술가이길 꿈꾸는가. 그 차이를 가려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일지도.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불렀었고 지금조차도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지만 이것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지 못한 채 일단
그날의 소임을 다하는 마음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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