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6
아침에 잠에서 깨서 아직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고 있을 때, 피부에 닿는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한여름의 후텁지근한 아침 공기는 어느새 그 기세가 꺾여 있었다. 며칠 전 친구 최가 단톡방에 "처서매직"이라며 신이 나서 이야기하던 것이 떠올랐다.
절기라는 게 뭔지.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고 일년을 24개의 절기로 구분했던 걸까. 신기한 노릇이다.
인생이 그럭저럭 심플하게 흘러간다.
아침 여덟 시면 일어나, 여덟 시 반에 집을 나선다. 여덟시 오십 분쯤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일을 한다. 가능한 날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연습실에 피아노를 치러 간다. 퇴근 후에도 일주일에 세 번쯤 피아노를 연습하고 금요일엔 레슨을 받는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필라테스를 한다. 벌써 사 년 정도 계속해온 루틴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다. 한달에 두 권 정도. 가장 근심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식물을 가꾸는 일이다. 매일 화분의 마른 흙을 살피며 물을 주고, 시든 잎은 없는지 많이 자란 식물은 무엇인지 관찰한다. 나는 나의 속도대로, 식물들은 그들의 속도대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요즘엔... 글을 쓴다.
아니, 쓰려고 하고 있다. 정확히 내가 무얼 얘기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읽는 사람 없는 글을 쓴다.
가끔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살아 있다는 감각이 낯설다는 생각을 한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꿈도 꾸지 않은 채 지나간 밤의 시간은 어디론가 녹아 사라져 버린다. 이내 나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주어진 바쁜 생의 의무 속으로 달려 간다. 전날 내가 갖고 있던 고민들은 자고 나면 사라져 있다. 순간 전부 같았던 고민과 잡념들도 하루만 지나면 별것 아닌 것으로, 저 멀리 사라질 수 있다. 전날의 걱정은 새로운 날의 걱정으로 대치된다.
아무리 연습해도 풀리지 않는 악보의 멜로디를 거듭 연습하며 나는 내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모든 건 품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마음을 다스려 본다. 이 작은 시간들이 모여 결국엔 무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정돈되고 평안해 보이는 이 심플한 일상이 실은 한 순간도 안주하지 못하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되고 싶은, 지금의 나로서 만족할 수 없음의 기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순간도 삶에 소홀한 적이 없었던 나는 왜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지나간 순간들의 최선에 대해 곱씹어 보며, 여름이 지나는 길목에 서있는 나를 자꾸만 되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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