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생겼다. 본가에서 그리 멀지 않는 시골 동네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바닷가 마을이었는데 관광객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를 향하는 길에 슈퍼마켓이 하나 보였다. 구멍가게라고 하는게 더 나으려나. 어쨌든 누가 봐도 오래된 가게였는데 가게 유리에 필름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가게를 들어갔다. 그동안 오래된 슈퍼마켓을 보면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이 있는지 물어봤던 적이 꽤 있었는데 늘 항상 필름은 없더라. 그래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없겠지.
슈퍼를 둘러보는데 계산대 뒤쪽으로 후지필름 C200 5개가 있었다. 유레카.
사장님이 꽤나 긴 통화를 하시느라 한참을 기다렸다. 과연 파는 걸까? 판다면 얼마에 팔까? 많은 생각을 했다. 전화를 끊은 사장님한테 필름을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팔 수가 없다고 하더라. 오래된 골동품이라 간직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 이거 팔려면 얼마에 팔아야 하지?' 라는 식으로 운을 띄우시길래 나도 이에 질세라 필름을 보여달라고 했다. 유통기한을 보니 2013년까지였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이니 잘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이거 제가 손해보는 느낌이긴 한데... 그냥 원래 파시던 가격에 파시면 안될까요? 라며 사장님을 설득했는데 사장님이 내 말에 넘어가주셨다. 나이스-
다는 못 사고 2개만 샀다. 그리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가 됐다.
현상을 했다. 생각보다 노이즈가 많이 없었다. 유통기한이 지난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필름은 변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모든게 변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더 큰 기대와 더 큰 아름다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것 같다.
Camera : 라이카 미니줌
Film : 후지필름 C200 (유통기한 지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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