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3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길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런던 첫날이 날씨가 제일 좋았고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오늘 박물관섬에 있는 박물관 여러 개를 보고 시내 관광을 하고 내일 포츠담의 상수시궁전과 샤를로텐 정원을 보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내일 교외로 가는 계획은 취소하고 오늘은 박물관, 내일은 시내 명소 몇 군데를 보기로 하였다. 9시 반 호텔을 나서 베를린역 구경을 가니 규모가 꽤 크고 상가에 식당, 매장들도 많았다. 철도도 지상과 지하로 교차하고 메트로도 지상과 지하가 교차하는 복합 환승센터다. 밖에는 버스와 트램이 다닌다. 메트로에 가보니 개찰구도 없다. 승객이 알아서 표를 사서 타는데 무임승차에 걸리면 벌금을 세게 물린다고 한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사람이라 공짜로 탈 수 없어 1회권 4매를 구입하여 버스에 올라타서 표를 찍었다. 버스를 타고 가며 가만히 보니 표를 찍는 승객들이 거의 없다. 다들 정기권을 들고 타는 사람 들이겠지라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이 박물관섬 남쪽이라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아침이라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광장에는 흰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훔볼트 포럼을 지나서니 광장 우측으로 커다란 돔이 세 개 있는 베를린 돔이 웅장하다. 거대한 돔에 넋 놓고 구경하다가 옆에 있는 돌기둥이 죽 서있는 건물이 뭔지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지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구박물관(Altes Museum)이었고 그 앞에 커다란 돌로 만든 그릇 (Granitschale im Lustgarten)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쳤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오늘의 목표는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를 알현하러 가는 게 1순위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어 구글맵 켜고 신박물관(Neues Museum)을 간신히 찾아갔다. 욕심이 있어 박물관섬에 있는 다섯 박물관을 다 보려고 전체입장권을 끊었다. 당일권 1인당 24유로다. 부지런히 네페르티티를 찾아가니 네페르티티는 독실에 혼자 있는데 박물관 직원들이 그 방 안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하여 입구에서 줌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신박물관에는 이집트 관련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는 게 없으니 봐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대충 다니다가 지하 입구에 JAMES SIMON GALERIE라고 있어 내려가보니 옆 미술관이다. 안에 들어가니 아프리카를 보호하고 지원하자는 주제로 전시를 하는데 잘 모르겠다. 들어가려니 외투는 맡기고 오라 하여 패딩을 맡기고 돌아다녔다. 점심때가 되어 이곳 식당에서 소시지 감튀와 피자로 식사를 하였다.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계산기에 숫자 쓰여있는 것을 가리키고 누르라고 한다. 독일어라 잘 모르겠지만 팁 추가를 선택하라는 것 같아 처음에 있는 10을 눌렀다. 끝에는 무슨 글자가 있는데 아마도 노팁인 것 같아 아줌마 앞에서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결국 10% 추가해서 결제를 하였는데 유럽도 미국 닮아가나 싶다. 다음부턴 현금결제 한다고 해야겠다.
베를린에 갈 기회가 되면 페르가몬 박물관 (Pergamon Museum)을 꼭 한번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검색해 보니 23년부터 폐관하고 대공사해서 37년에 개장한다고 하여 아쉬워했는데 페르가몬 박물관 건너편에 Pergamon Museum Das Panorama라는 별관을 만들어 페르가몬 박물관 전시품과 조각 일부를 전시하고 둥근 돔형 파노라마관에서 그 당시 페르가몬 사람들의 생활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음악과 조명을 변화시키면서 감상하게 하여서 다행이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는 튀르키예에 있던 고대 그리스 신전을 가져와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보데박물관 (Bode Museum)으로 비잔틴 르네상스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 특히 동전 컬렉션이 유명하다는데 너무 작으니 그냥 곁눈으로 보고 지나쳤다. 오후 세시가 넘으니 슬슬 지쳐서 구박물관은 포기하고 계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생각이 난다. 눈 좀 호강하려니 다리가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