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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부부의 맘대로 유럽 여행 14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by 김양중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인다. 유럽 대륙으로 넘어와서 처음 보는 햇살이다. 오늘은 베를린 시내를 돌아보려고 어젯밤에 대충 검색한대로 길을 찾아 나섰다. 도시 경관을 보기 위해 가능한 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는데 버스 배차간격이 보통 20분이라 가까운 거리지만 시간은 걷는 것만큼 걸린다. 먼저 간 곳은 베를린 전승기념탑 (Siegessäule)으로 67미터 높이의 기둥 위에 빅토리아 여신의 금상이 있다. 독일 통일 전쟁과 보불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프러시아 때 세웠다고 한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브란덴부르크문

(Brandenburger Tor)까지 큰 길이 이어져 있고 양 옆은 공원인데 엄청 넓어 보인다. 전승 기념탑 주위에 비스마르크 수상, 몰트케 장군 등의 동상이 있다.

0214 Berlin1.jpg 전승기념탑, 비스마르크 동상, 몰트케 장군 석상

여기서 버스를 타고 독일 국가의회 의사당 (Reichstagsgebäude) 옆에서 내렸다. 웅장한 석조 건물인데 건물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이어 간 곳은 베를린의 상징 같은 브란덴부르크 문이다. 주변에는 시위 인지 선거 유세인지 사람들이 잔뜩 모여 마이크로 떠들고 깃발 흔들고 난리다.

0214 Berlin2.jpg 의회 의사당, 브란덴부르크 문, 멀리 보이는 전승기념탑, 집회 현장

이곳을 바로 벗어나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에 있는 유태인 홀로코스트 추모 기념물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을 보러 갔다. 직사각형 돌 입방체 수백 개가 하얀 눈을 쓰고 줄지어 서 있었다. 잠시 추모의 묵념을 하고 이동한 곳은 독일 분단시절 미군 검문소였던 Check Point Charlie다. 독일은 통일된 지 벌써 36년이나 지났는데 우리나라는 내 생애에 통일될지 모르겠다.

0214 Berlin 3.jpg 유태인 추모 기념물, 미군 찰리 검문소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찾아간 곳은 독일 돔 (Deutscher Dom)으로 독일의 민주주의 발전사를 도표와 그림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독일돔 북쪽에 있는 쌍둥이 돔 건물은 프랑스 위그노들이 망명 와서 세운 교회 (Französischer Dom)란다. 그 사이에 신전 같은 석조 건물이 있는데 음악당 건물 (KonzertHaus Berlin)이다. 혹시 카라얀이 지휘했던 베를린 필이 연주하던 곳인가 하고 알아보니 베를린 필 연주회장은 다른 곳이다. 오늘 마침 연주회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양복을 안 가져와서 연주 감상할 기회를 놓쳤다. 오늘 연주회는 Joana Mallwitz라는 여류 지휘자가 라벨이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을 연주한다. 악단은 물론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훔볼트 대학이 보인다. 베를린에서 유명한 대학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다시 부슬부슬 내린다. 맑은 날은 한국에 가야 보려나?


0214 Berlin 4.jpg 독일 돔, 음악당과 위그노교회, 독일돔 전시사진, 음악당, 음악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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