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6월 22일 일요일
아침 5시 마나님의 인터넷 예배에 잠을 깨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다. 한국 교회의 주일 예배를 7,000km 떨어진 곳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예배드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6시가 되니 트럼프의 이란 핵 시설 파괴에 대한 보도가 실시간으로 나온다. 오늘 관광하는 아르메니아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동 지역에 빨리 평화가 회복돼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 문득 70년대 중반 종합무역상사에 다닐 때 이란에 상품을 수출하는데 바이어가 이란의 줄파로 보내 달라는 주문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중동지역에 컨테이너 항구가 없어서 컨테이너를 일본을 거쳐 소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철도로 시베리아를 거쳐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지나 이란과 국경마을 줄파까지 실어다 주는 오더였는데 그때는 코카서스 3국이 다 소련 영토여서 이동에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코카서스 3국 독립 후 국경 분쟁으로 이 길이 끊겨 버렸다. 아침 8시 40분 트빌리시를 출발해 10시경 세다클로 지역의 국경에 도착했다. 아르메니아로 들어가는 국경 통과는 어제의 아제르바이잔 국경 통과보다는 훨씬 간단하다. 국경 지대가 평지이고 짐을 끌고 가는 것은 아르메니아 입국장에서 30-40 미터만 가면 된다. 그러나 출입국자가 많으니 기다리는 시간은 더 걸렸다. 한 시간 정도 걸린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이제반이라는 마을로 향했다. 국경에서 남쪽인 이제반으로 가는 길은 잘 닦여져 있지만 산악지역에 일부 구간은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을 따라간다. 차창 왼편으로 철조망과 초소들이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를 연상시킨다. 아르메니아에 들어왔다고 핸드폰에 외교부에서 보낸 문자가 띵똥 거린다. "[Web발신] [외교부] 아르메니아 내 아제르바이잔 접경 30km까지 여행금지 발령 중, 접경 및 인근 지역 방문 삼가 당부". 길이 외줄기이니 30km가 아니라 30m 옆을 지나가야 한다.
아르메니아는 해발고도가 평균 1000m나 되고 인구는 약 300만 정도이고 인당 평균소득이 코카서스 3국 중 제일 낮다고 한다. 아르메니아에서 첫 번째 가는 곳은 이제반 와이너리인데 포도주뿐만 아니라 코냑도 생산한다. 코냑은 과일주를 증류한 브랜디 중 프랑스 코냑지방에서 생산한 것만 코냑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데 아르메니아산 브랜디가 프랑스 원조 코냑만큼 훌륭하여 코냑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가는 길은 계속 오르내림과 커브길의 연속이다. 문득 중국 귀주성에 대한 얘기가 생각이 난다. 天無三日晴 地無三尺平 人無三分銀 날씨는 3일 이상 개인날이 없고 땅은 세자 이상 평평한 곳이 없고 사람은 세 푼 이상 돈이 없다. 중국 귀주에는 마오타이라는 고급술이 있는데 아르메니아에도 고급 코냑이 있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와이너리에 도착해 와인을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고 와인 생산시설 견학과 각종 와인과 코냑, 보드카까지 시음을 하였다. 코냑과 보드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맛과 향이 괜찮은 것 같다.
이어 간 곳은 딜리잔이라는 조그만 마을로 하츠카르라는 아르메니아 전통 십자가 돌비석이 있는데 석공예의 정교함 놀랍다.
세반 호수는 수면이 해발 1,900m이고 면적이 1,242 평방 km 로서 코카서스 지역의 최대 호수이다. 세반 호수 주변에서 제일 큰 관광지는 세반아방크라는 수도원이다. 아르메니아는 301년 기독교를 처음으로 국교로 받아들인 기독교 국가로서 대부분이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신도라고 한다. 세반아방크 수도원은 전에는 섬에 있었는데 수위가 낮아져 육지와 연결되었으며 언덕 위에 두 개의 수도원이 있다. 수도원이 있는 섬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반 호수의 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세반아방크 수도원을 떠나 호숫가 식당에서 세반호 특산 송어 튀김을 주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수도 예레반으로 향했다.
약 한 시간 정도 달려 예레반에 도착하여 호텔에 체크인 한 후 예레반의 야경 투어 대신 약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공화국 광장에서 화려한 분수쇼를 관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