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7일 금요일
오늘은 10시에 베르사유궁전에 예약이 되어 아침 8시 15분쯤 숙소를 나섰다. 오늘 일기예보는 흐리다가 저녁때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메트로 가는 길에 이슬비가 내린다. 북역에서 메트로 4호선 타고 생 미셸 역에서 RER C 라인으로 환승하여 베르사유 좌안역에서 내린 후 베르사유궁전에 가는 길도 꽤 멀다. 궁전 철문 앞 광장도 엄청 넓고 궁전 건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포스가 느껴진다. 썰렁한 날씨에 밖에서 한참 동안 줄 서서 보안 검색 티켓 검사 기다리니 관람도 시작하기 전에 진이 빠진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 좀 나을까 싶어 5유로 주고 한국어 오디오 빌렸는데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해설과 관람 속도가 맞지 않아 중간에 다 끊어 버렸다. 그저 앞에 가는 인파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1시간 반은 지났다. 전시된 그림, 조각들은 하도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폴레옹 방에는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이 걸려 있는데 루브르 박물관 그림과 같아 보인다. 다비드가 두장을 그린 건지 복제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원은 하도 커서 끝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궁전 앞 중앙 광장에서 아래 정원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오늘 점심 식사는 고교 동창인 송영각 회장님이 추천한 Le Relais de l'Entrecote라는 등심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하려고 지도를 검색해서 찾아갔다. 가는 중간에 센강의 알마교를 건너 영국 다이아나 세자빈이 사망한 지하차도 위에 있는 자유의 불꽃(추모 기념탑)을 들러 프린세스 다이아나를 추모하고 명복을 빌었다.
1시 15분쯤 식당에 도착하니 식당 밖으로 수십 명이 줄을 서 있다. 이 동네에선 어디서나 줄 서는 게 일이다. 한국에선 번호표 발급기에 핸드폰 번호 입력하면 입장 시간 되면 카톡으로 문자 오는데 이곳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2시경 겨우 자리에 않으니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데 스테이크의 굽는 정도와 음료를 무엇으로 할지만 묻는다. 샐러드 한 접시와 등심 스테이크에 감자칩이 세트로된 단일 메뉴라 더 묻지도 않는다. 배가 고파 열심히 먹으니 추가로 고기와 감자칩을 더 추가해준다. 좀 더 안주나 눈치를 보니 추가는 한 번만 해주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고교 동창인 장석균 원장이 추천한 기메박물관으로 걸어갔다. 아시아지역의 유물들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중국 당나라 특별전과 카자흐스탄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이영호의 아리랑 자치주 관련 유물은 없나 살펴봤는데 안 보인다. 기메 박물관 3층과 지하에는 명상을 할 수 있는 방이 있어서 앉아 쉬면서 다리의 피로를 좀 풀어줄 수 있었다.
기메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개선문에 가려고 구글맵 검색하니 전철 17분, 걷기 18분으로 뜬다. 걷기가 힘들어 전철을 타면 좀 낫겠지 싶었는데 전철역 찾아가고 에투알 역에서 개선문 가는 통로도 생각보다 길어 한숨이 나온다. 전철역 출구에서 나오니 개선문 둘레 회전 교차로 바깥쪽이다. 거기서 다시 연결 지하도를 지나 개선문 아래 도착하니 개선문 옥상 전망대로 가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높이 50 미터의 개선문 꼭대기까지 284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나선형으로 계속 올라가니 얼마나 올라왔는지 감이 안 온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오르다가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내쉰다. 고생 고생 하며 올라온 전망대는 안개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 전망이 별로다. 개선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다던데 날씨 때문에 에펠탑, 몽파르나스 타워 정도만 보이고 몽마르트르는 희미하게 보인다. 개선문 옥상을 한 바퀴 돌고 다시 284 계단을 내려가는데 젊은 애들은 뛰어서 내려간다. 아래에 내려가니 개선문 중앙에 영원한 불꽃이 타오르고 앞에서 한 무리 군인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개선문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