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속이고, 변명하고, 위안하고, 외면하며
극 중 선생님은 숙부에게 배신당하여 아버지의 유산을 제대로 정산 못 받고 도쿄로 이사 왔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까지 속임을 당하고 난 뒤 세상 사람들, 인간이라는 존재를 불신하게 된다.
그러다 입주한 하숙집 주인 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자기 수련과 정신 고양을 인생 최우선 목표로 삼는 친구 K를 하숙집으로 입주시킨다.
인생의 가치를 현실보다 높은 곳에 두고 있는 친구 K를 볼 때 선생님은 은근히 자신의 부족함과 창피함을 느꼈다. 때때로는 K가 자신을 경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였다.
친구 K와 하숙집 주인 딸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길까 두려워진 선생님은 아가씨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K의 고백에 위와 같이 일침을 놓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선수를 치기 위해 K가 아가씨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전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을 신부로 맞고 싶다고 얘기하고 결혼이 성사된다.
한편, 더 발전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주변의 것들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K의 일침이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자 괴로워진 K는 자살한다.
자신이 원하는 이성과 결혼에 성공했지만 그 성공의 비결은
친구의 마음을 알면서도 도와주기는커녕 친구의 마음을 괴롭게 하여 자살하게 만들고,
친구에게 아가씨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먼저 선수를 쳤던 이기적인 마음 덕분이었다는 것,
자신이 그토록 불신한 인간의 비열한 모습이 자기 스스로에게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잊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술까지 들이부었지만, 그것들은 그것에 집중했을 때만, 잠시동안만 괴로움을 잊게 해 주었을 뿐 시간이 지난 후 선생님을 더욱 괴롭게 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저 외면하려고 한다면 더욱 나를 괴롭게 할 뿐이다.)
이성에게 불타오른 마음,
친구에게 빼앗길까 두려운 마음,
이기적인 모습이 들통날까 불안한 마음,
아내를 볼 때마다 K가 생각나는 죄스러운 마음
그 마음들 때문에 선생님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고
자신이 결코 '괜찮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가치관을 갖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늘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각에서 되돌아볼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입으로는 훌륭한, 고고한 가치를 내뱉으면서 자그마한 질투심, 친구에 대한 시기심, 치밀어 오르는 화에 스스로의 행동을 망쳐버리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도 내 모습이라고 유쾌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자신 스스로 외친 가치관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표리부동한 모습에 결국 자살로 마무리 지었지만 그럴 용기조차 없는 사람들은 그저 스스로를 속이고, 변명하고, 위안하고, 외면하며 미지근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늘 스스로 외쳤던, '사람은 그 의지에 따라 변한다. 더 좋은 사람으로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라는 나의 신조가 힘을 얻으려면 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의 의견에는 한없이 허용적인, 그러나 나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