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아직도 방황 그 이름 30대

전문가는 없다

by 깔끔후니

위임 (mandate) : 사무의 처리를 타인에게 위탁하는 일. 머리가 조금 굵어졌을 무렵. 나의 관심은 하나의 꽂혔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속에서 어떤 사람은 많은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조금 버는 이유가 뭘까? 잠자는 시간을 줄여봐도 고작 2~3시간 남짓. 몰입해서 일을 한다고 해도 고작 2~3시간 남짓. 4시간 정도에서 인생이 차이가 확연히 갈리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급이 높이 올라갈수록 시간은 더 많아 보였다. 골프를 치고 미팅을 가지는 임원들과는 달리, 컴퓨터 속에 가득 찬 숫자를 보며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가는 실무자들..


"그래 맞다! 일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위임을 맡기는 거였어" 무릎을 탁 치며, 이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흥분감에 그날 저녁엔 매일 가는 스타벅스가 아닌, 차를 조금 더 타고 가야 나오는 리저브 스타벅스에 가서 로스팅기에서 내린 값비싼 원두커피를 마셨다. 마치 그 깊고 풍미한 향은 앞으로 내게 있을 달콤함과 같아 보였다


1. 위임의 실패사례 : 로또 분석 전문가


가끔씩 모르는 번호로 한통의 문자가 왔었다. 이번 주 1등 로또번호! 무심히 지나쳐버렸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문자가 계속 거슬렸었다. '부자가 될 조짐인가?' 토요일 저녁 늦은 무렵 "5등 당첨 축하합니다"라는 문자가 와도 신경 쓰지 않았으나, 그로부터 몇 주 뒤 심야영화를 보고 있는데 한통의 문자가 영화관에서 울렸다 "2등 당첨 축하합니다" 그때 문자가 온 후로 로또 업체에 전화를 걸어 1년 치 가입을 해버렸다. 1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가입비가 참 싸다는 생각이었고, 1년만 하면 나도 로또 1등에 당첨된다는 부푼 꿈을 꾸곤 했었다. 그리고는 참 열심이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한 번씩 오는 추천번호를 받고선 누가 볼세라 용지에 고이 적었다. 고3 수능시험 볼 때보다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을 신중히 놀렸다. 하지만 매번 맞는 숫자는 없었다. 몇 달을 해보니 참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가 와도 로또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우산을 쓰고 있는 내가 그렇게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1년이 지난 후 vip등급 60만 원짜리를 가입하려다 그만두었다. 요행과 행운을 바라는 위임의 실패사례였다.


2. 위임의 실패사례 : 주식 전문가


코로나가 끝나고 바닥에 있던 코스피는 연일 고개를 쳐들었다. 주식을 이전부터 하고는 있었지만, 일에 지장이 있어서 매일 장을 볼 수가 없었다. 장을 보면 일에 집중이 안되었고, 그렇다고 호재를 미리 알고 돈을 넣을 수도 없었다. 얄팍한 지식으로 단톡 방에 있는 주식 전문가를 찾았다. 수많은 주식 전문가가 있었기에 약 1년의 시간을 지켜본 후 그중에 가장 수익률이 좋은 주식 전문가를 택했다. 1년 가입비는 299만 원. 아깝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가입하기 이전 무료체험방에의 이 수익 추세라면 금방 가입비는 넘어설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곧 vip방이 따로 개설되고 무료 추천방과 다른 주식을 추천받았다. 이른바 "작전주" 그 후로 몇 개의 주식을 더 추천받았다. 확실하기에 돈의 액수도 점점 더 커졌었다. 10만 원. 100만 원. 1000만 원. 그리고 급기야 국민은행에 가서 마이너스통장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추천받은 주식에 몰빵 했다. 결과는 거래정지 그리고 상장폐지. 3 종목 중 한 개는 상장폐지 (에이팸). 2개는 거래정지 (에이치엔티. 엠젠 플러스) 중이다. 고스란히 매달 나가는 마통 이자 8만 원은 1년째 고정비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요행과 행운을 바라는 위임의 실패사례였다.


3. 위임의 실패사례 : 유튜브 구독자수 증가


지금이야 실패를 받아들이고 채널을 다시 개설했지만,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몰랐기 때문에 더 무식했다. 무식했기에 더 용감했었고. 그러기에 초기 자본투자는 곧 실적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2018. 6. 6일 첫 방송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방송하면 수백 명이 볼까 봐. 찍었던 영상을 몇 번 갈아엎고 또 촬영했다. 결과는 조회수 2. 나랑 어머니 단 두 명이었다. 몇 달이 지났을까? 1인 크리에티브라는 직업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기획하고 > 대본 짜고 > 자료 찾고 > 방송하고 > 편집하고 > 송출하고 > 홍보하는 모든 과정은 한 개의 방송을 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감행되어야 했었고 그렇게 올린 조회수는 2~3.... 유튜브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는 결코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조회수. 구독자수 , 좋아요 수를 구매했다. 구독자가 10명이 늘었고, 조회수도 100이 단숨에 증가했다.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하지만, 껍질이 좋이는 과일이었다. 속은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결국 채널은 망가졌다. 더 이상 구독자도 늘지 않았고 신규 유입도 되지 않았다. 열심히 했지만 이전보다 더 참패한 수준이었다. 결국 첫 번째 채널은 문을 닫았다. 요행과 행운을 바라는 위임의 실패사례였다.


월급 350만 원 중 10%인 35만 원은 자기 계발 비용으로 늘 써왔었다. 그 10%가 전혀 아깝거나 허투루 쓴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내가 말한 위의 3개 위임 실패사례 모두 자기 계발비 안에서 충당했었다. 근데 결국 자기 계발이 아닌, 속임수로 물든 세상에 치른 수업비용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에게 위임을 맡기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모든 게 순탄하고 성공회로에 적합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확신했었지만 인생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더라.. 제대로 된 위임은 성과와 결과가 보이는 위임이었는데 나는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빠른 성장과 성공만 원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패의 위임을 통해 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인생은.. 빨리 가는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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