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삐걱거리는 성장 속도 20대

공무원이 모든 답은 아니다

by 깔끔후니

4년째 내조하는 남자ㅣ


노량진 역 육교만 건너가면 고시원이 즐비해있고 우리는 <올리브영>에 들러 닥터자르트에서 나온 쫀쫀한 수분크림 신상 하나를 골랐다. "여자가 피부관리 잘해야지. 합격되면 그때부터 시작인데, 그냥 돌아다니면 안 돼" 그리고는 <이디아> 커피숍에 가서 3만 원짜리 커피 충전카드를 샀다 "아메리카노 1일 1잔씩 먹어"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인 그녀에게 기분전환을 해주려고 신경을 좀 더 쓴다. 그럴 만도 했다. 오늘이 4번째 낙방이었으니까.. 대학원생과 대학생의 만남으로 풋풋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여자 친구는 공무원 고시 전선에 들어갔다. 조경학과를 차석 졸업했지만, 공무원 시험 합격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나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내조를 했왔었고, 늘 그런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거 같다. 그렇게 미안할 것도 없었는데...


하루는 힘들어 보이는 여자 친구에게 위로한답시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4년 공부 동안 했는데, 이제 편한 거 해보는 게 어때? 그때 그녀의 말이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돈다

공무원 되는 게 가장 편한 거야


ㅣ여고 체육선생님을 꿈꾸다ㅣ


그렇다. 공무원! 되기만 하면 장땡이지.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공무원 되기만 하면 그때부터 [꽃길인생]이다. 정시 퇴근하니까 야근도 없지. 월급 60세 정년까지 따박따박나오지. 이만하면 최고 직장 아닌가?


세상을 다 알 것만 했던 그때. 아직도 나는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몰랐다


어렸을 때 꿈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뜀뛰기를 잘해서 [줄넘기 선수]였다. 그런 직업이 지금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마냥 그게 하고 싶었다. 계속 뛴다면 그보다 잼있는 건 없어 보였다. 꿈에 대해 개념이 어느 정도 잡혔을 때, 아니 직업의 종류를 교과서로 배웠을 때 나의 꿈은 [스포츠 기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몇 년 뒤 고등학교 [여고 체육선생님]으로 또다시 꿈이 바뀌었다. 남고보단 꼭 여고이고 싶었다.

친구들도 나와 거의 비슷했다. 초등학교 선생님. 경찰관. 소방관. 의사. 연예인. 꿈은 다양했지만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선 늘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했고 경쟁을 해야 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조금 확실한 꿈에 도착하게 된다.

공무원. 회계사. 대기업 관리자. 공기업 직원. 전문직


이처럼 직업의 종류와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직업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l


고속도로에서 교통요금을 정산하는 아주머니는 [도로교통공사] 소속이 아니다. 도로를 정비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는 분도 [도로교통공사] 소속이 아니다. [도로교통공사] 소속의 용역업체의 직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회사 협력사 관리이다. 회사 내 있는 수십 개의 협력사를 관리하고 살피는 업무를 한다

직장생활을 해보니, 왜 지금까지 그토록 직업에 얽매였는지 모르겠다.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그 세계가 넓었다.


꿈이 대기업 관리자라는 수많은 취준생.

대기업 관리자는 수많은 부서 속의 한 명일 뿐이다. CEO의 사업 판단과 결정을 돕는 경영기획팀. 경영지원팀. 컴퓨터를 고쳐주고 사내 보안을 담당하는 IT기획팀. 돈을 집행하는 재정팀과 돈이 제대로 나가는지 사전 점검하는 회계팀. 직원의 복지를 신경 쓰는 인사팀총무팀. 관리직이 아닌 생산직군과 협업업무를 하는 노무팀.


만약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연예인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위해 서포트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소속 기획사. 매니저. 미용과 메이크업팀. 경호업체


일의 종류는 방대하고. 직업의 종류도 엄청 많다. 그러니 무슨 일할지? 너무 쫄지 말자

하나의 일에서 파생되는 일은 무궁무진하고, 그동안 하나의 직업만 알고 매달리고 쫓아간 게 가끔 후회스럽다. 모든 게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일을 하기전과 하고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난 생각이 많아졌다.

얄팍한 지식으로 무수히 많은 직업 가운데 하나의 일만 바라보고 냅다 달려오진 않았는지??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이고 다양함이 공존된 곳이라는 것도 늦은순간 알게 되었다.


청년들이여.. 오히려 유일한 길이라 믿는 순간 비극이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