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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Sep 01. 2023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3

Live and let live,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남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

단,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진정으로 럭셔리한 삶은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럭셔리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다.

소중한 사람과 즐거운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밀라논나 장명숙 -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정말 멋진 말이다. 내 인생 최초의 벅찬 순간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된 일곱 살 무렵의 아침이다. 그 집의 화장실은 집 밖에 있는 텃밭의 입구에 있었고 텃밭의 테두리는 절벽에 가까운 곳이었다. 즉 떨어지면 죽지는 않지만 절대 내려갈 수는 없는 곳이었다. 정황상 2월이나 3월 초였을 것이다. 간 밤에는 꽃샘추위라 몹시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연탄불로 뜨거웠던 방바닥은 새벽이 되자 식어 가장자리는 차가웠고 외풍은 코를 시리게 하였다. 솜이불과 호랑이 담요에선 정전기가 나고 가족들은 옹기종기 모여 자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니 너무 추워서 빨리 뛰어갔다 얼른 이불속으로 돌아올 작정으로 내복차림으로 샛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 기억은 사진처럼 머리에 박혔다. 지저분한 텃밭과 골목과 화장실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어린아이의 눈에 아무도 밟지 않은 그곳은 너무나 신비로웠다. 지저분한 시골 동네는 온데간데없고 새하얗고 폭신한 바닥에 아침의 고요함과 신비한 아침 안개까지 더해 그 순간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때 절벽 저 끝에 절정의 신비로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움직일 수 없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그것은 눈 속에 핀 매화나무 꽃이었다. 분홍색 꽃이 눈 속에 피어 있었다. 어린 나는 가슴이 벅차고 그 꽃이 선녀인 것 같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신을 몰랐던 나는 경외감을 자연에서 처음 알아버렸다. 그 단어는 몰라도 그 느낌은 알아버렸다. 


어른이 되어 그곳을 다시 간 적이 있었다. 여름이라 잡초에 쓰레기에 지저분했지만 나는 그 나무를 찾아보았다. 눈 속에 핀 분홍 매화, 나에게 자연의 경외감을 가르쳐주었던 곳. 인간과 공유할 수는 없지만 신과는 공유할 수 있는 내 기억의 문화유산이다. 이 경험은 진정으로 럭셔리했으며 훗날 내 삶과 조화를 이루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신이 나를 사랑해 이른 아침에 어린 나만 깨워 럭셔리한 선물을 주셨다. 그것도 평생 갈 가슴 벅찬 명품으로. 


어른이 되어 내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고 더불어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신비한 아침처럼 어려운 순간마다 잠깐식 나를 바르게 이끌어 주는 신과 자연과 그리고 인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이 되도록 세상의 섭리가 이끌고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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