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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Sep 05. 2023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4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나의 작은 호의가 누군가에겐 '나는 당신 편이에요'라는 말로 들린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부족하고 나약해서 평범하지만, 평범한 우리도 선의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짧은 순간 위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 본문 중에서 -




작은 호의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80년대에 생일파티는 흔하지도 않았고 파티라고 해봤자 집에서 모여 떠들거나 골목에 나가 쏘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파티의 진행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른들도 먹을 것만 챙겨주고는 나가셨다. 얘깃거리가 떨어진 우리는 골목에 나가 술래잡기를 했다. 이 골목, 저 골목 좁은 골목을 쏘다니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온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졌던 우리는 경찰차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사연은 남동생이 장애인 누나를 죽이려고 해서 경찰이 출동한 것이었다. 그 집으로 경찰이 들어갔고 가해자는 나보다 더 어린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씩씩거리며 시멘트 벽에 서 있었다. 경찰은 성의 없는 태도로 비좁은 방을 들락거리기만 했다. 아무도 그 아이에게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갑자기 그 아이가 가여웠다. 그 아이에게 가서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부모님이 장애인 누나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고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아 자기가 가족을 위해 누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나는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 아이가 진정하는 것을 느꼈다. 그날 내가 한 것은 단지 정성 들여 들어주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 것뿐이었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었으므로 경찰은 그냥 가버렸다. 그 아이를 나무라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렸다. 구경꾼들도 서서히 물러갔다. 친구들도 다시 놀자고 내 손을 당겼다. 이 아이의 깊은 고통과 후회에 다들 이렇게 무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내 손을 당기는 친구들이 이상하고 야속했다. 나는 아이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며 돌아섰고 아이는 끄덕였다.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아는 것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내 손에 박힌 작은 가시를 더 아파하고 작은 위로조차 쉽게 건네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느끼게 하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또한 내가 확실히 알아가는 것은 내가 한 말과 행위가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는 나에게,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날 내가 그 소년의 곁에 가만히 있어준 것처럼 내 삶에도 힘든 순간 친했다고 착각했던 친구들은 나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주지 않았으나 뜻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타나 가만히 위로를 건넸다.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내가 살면서 오지랖을 피우는 이유에 대한 심리 분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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