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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Aug 31. 2023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1

나는 내가 원했던 모습이 되었는가?

꾸준히 관심이 있고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심리학 책 읽기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지만, 아는 전문가가 없으므로 독학으로 책을 읽고 동영상 강의도 찾아본다. 십 년 전에 부부싸움 후 김형경의 심리 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을 읽었다. 인간에 대한 원망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남편에게 막연히 느꼈던 것들이 책에 나와서 놀랐다. 그 후 이런저런 심리학 책을 읽으며 어설픈 지식을 쌓다가 줌으로 하는 전문가의 강의를 경험하며 체계적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다.


혼자 공부할 때는 듣거나 읽은 후에 정리가 필요하다. 내가 살면서 정리해야 하는 내 감정들을 적거나 말해보면 여전히 막연하고 핵심을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반복되는 단어나 꿈, 사물, 사람이 등장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이렇구나로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때 나는 서서히 나를 알아간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남이 정의한 내가 아니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내가 드디어 본모습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본인이 원했던 모습이 되었는가를 물었다. 중, 고등학생 때 내가 원했던 어른의 내 모습은 이러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으며 꼭 필요할 때만 언성을 높이는 사람

다른 사람 말을 끝까지 주의 깊게 듣는 사람

갈팡질팡, 우왕좌왕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

집에서도 널브러져 있지 않고 소식하며 우아함이 일상인 사람

남들은 다 속아도 속지 않는 사람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

신사임당 정도의 현모이며 남편과는 동반자적 관계로 일과 가정 모두 균형을 이루는 사람


어느 나이가 되면 당연히 이런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착각했다. 문제는 이러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한 잘못된 목표 설정이다. 청소년기에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업을 가져 좋은 배우자를 만날 것이라는 입력이 잘못된 것이다. 잘 살아내는 것은 학벌과 지식과는 상관없는 인내와 지혜의 영역이며 몹시 힘들 것이라고 배워야 했다. 어린 나는 온 우주가 도와주어도 불가능한 것을 꿈꿨다.


이런 진짜 어른을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배려받기와 권위를 세우면서도 지갑은 열지 않는 어른, 철마다 자식들이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며 귀는 닫고 입만 여는 어른, 아무리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해도 다단계에서 휴지를 공짜로 받고 떡하니 몇 백만 원 전기장판을 사 오던 어른. 그나마 종교인들은 나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들 또한 제대로 늙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돈 많은 사람은 가진 것이 많으니 사회적  베풂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더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장수의 시대에 제대로 삶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지금 목표설정을 다시 제대로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늙어갈지 깊이 숙고하고 정리해야 한다. 섣불리 말하지 말고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나는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늙어갈 것이다.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알아내는 것이 내게 내어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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