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천히바람 Jan 14. 2024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21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 박완서

1931~2011. 박완서 선생님은 정말 다이내믹, 어벤저스, 변화무쌍한 시대를 사셨다. 그 시절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예로 들어  시대상과 보통사람들의 실상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성의 변화를  슬며시 알아듣고 느끼게 얘기보따리를 풀었다.


1937년생 시어머니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쭉  사셔서 빨갱이 얘기만 빼고는 박완서 선생님과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 배고픔과 추위와 헐벗음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얘기를 들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 머리 들 힘이 없어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있던 동생을 한 입 덜자고 밥만 먹여주는 조건으로 아기보러 다른 집에 보냈는데 1년 뒤 찾으러 가니 또 굶을까봐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단다. 그러나 수도 없이 듣다 보면 그 얘기들이 무덤덤해졌다. 즉 슬픈 과거사도 당한 사람과 전해 들은 사람은 천지차이다. 당연히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만 비추어 말귀를 알아듣는 단순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음식이나 옷이 흔해 빠져서 마구 버리는 세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흔해 빠진 것들이 아직도 귀한 사람과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내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것에 안도하는 모순을 느낀다. 우리가 뭐가 잘나서 이러한 풍요를 누리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는 못나서 결핍을 경험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어쩜 이리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지 의아했다. 다 지난 시대의 얘기가 상당히 비슷하게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빨갱이라는 말,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을 요즘 또다시 듣게 되고 일제 강점기 앞잡이들이 미군정을 이용해 득세하고 요지의 땅을 소유하다 이제는 그 자손들이 번영하는 시대를 보고 있다.  재산 출처의 옳고 그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세상이다. 이 시대는 나와 우리 자녀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던 노인들도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사회가 한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 머릿속 계산이 모두 다른 사람끼리 사는 세상에서 진실과 사실은 중요치 않다. 각자의 말이 제각각 사실이고 결국은 힘 가진 자들은 늘 약자를 깔아뭉개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진실과 사실도 바꿀 힘이 있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는 문학대회에서 1등을 하고도 강력히 수상을 거부하는 내용이다. 한 노인이 본인이 직접 경험한 진실과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가 결국은 진실을 밝히다가는 피해만 본다는 사실을 뚜렷이 목격한 부인의 명령으로 상을 거부하는 내용이다. 찰나의 1등이란 영광 이후 나쁘다고 고발한 권력을 쥔 그 나쁜 놈이 앙심을 품고 손쉽게 차근차근 괴롭히면 약자인 본인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익히 경험했기 때문에 강력히 수상을 거부한다.


나 또한 살면서 굳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입바른 소리를 남 대신 열심히 했다가 결국엔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갈수록 비겁해진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안 본 척 못 본척한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과 결국은 정의가 이긴다 해도 그간 고생한 세월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에 내 삶을 희생한 정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성과 반대로 대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도록 같이 노력해야 한다. 독립운동한 사람이 대접받고 민주화 운동한 사람이 대접받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투표뿐이지만 정말 다 같이 건전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빨갱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 아름다운 빛을 내는 찬란한 무지개이다. 

작가의 이전글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