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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03. 2022

24. 새콤달콤 금귤청과 금귤 라떼

제철과일을 챙겨 먹다니 어른이 된 것 같아.

 브런치 연결 글에 내 딸기라떼 이야기가 올라갔었나 보다. 갑자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무슨 일이지, 하고 주말 내내 신기해했다. 이 김에 철이 지나기 전에 금귤 먹은 이야기를 적어 봐야겠다 싶어서 사진을 찾아보니, 금귤 비앙코는 회사에서 먹었더니 사진이 없어 집에 오자마자 언니랑 급하게 금귤 라떼로 한 잔씩 만들어 나눠 먹고 올리는 이야기!


 지난 번 올렸던 딸기 라떼는 확진 중 이야기였고, 복귀 후 유일하게 해 먹은 요리(?)라 하면 금귤청 하나 뿐이었다. 우리 회사는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 삼시세끼 밥을 주는데(외부 밥 먹으려면 30분을 걸어 나가야 한다), 나름 제철과일도 잘 챙겨주고 밥이 생각보다 잘 나오는 편이다. 올해는 특별 메뉴로 금귤이 나왔다! 아마 입사 후 처음 본 것 같은데, 야근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다 보니 상큼하고 달달-한게 너무 맛있었다. 동기에게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니 금귤 그거 귤 껍데기 맛이 아니냐고 해서 잠깐 충격을 먹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서 특히나 더 (껍질 느낌이) 쌍문동 카페 알로에서 먹은 하노이라떼와 슈퍼커피 오렌지비앙코 생각이 났군 싶어졌다.

카페 알로는 오렌지 젤리였군! 오렌지 껍질스러운 무언가가 씹히면서 달달하다. 슈퍼커피 오렌지비앙코는 반대로 껍질 없이 과육만 청으로 만든 느낌이라 씹는 맛은 없고 향은 강하다.

  어쩐지 금귤로도 비앙코나 그런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하며 검색을 하는데 오렌지 비앙코와는 달리 금귤 라떼나 금귤 비앙코는 레시피가 많지 않았다. 아, 카페에서는 종종 특선 메뉴로 파는 것 같았다. 그치만 아무래도 금귤로 하는 주류 레시피는 금귤 정과와 금귤청, 금귤 콩포트 정도? 아, 바닐라 금귤 콩포트라는 매력적인 메뉴도 조금 보였다.


  회사에 금귤이 나올 때마다 마음은 퇴근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야근으로 집에는 자꾸 늦게 가다 보니 쉽게 도전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저녁, 언니의 승진으로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먹는데 타임 시럽에 절인 금귤이 샐러드에 같이 나왔다. 맛있었다! 타임 시럽이 무엇인지는 검색할 수 없었지만 금귤이라도 갖고 싶었다(핑계다).  그러면서 금귤 레시피를 검색하다 보니 금귤은 1년에 딱 요맘 때만 맛볼 수 있는 귀한 과일이라네? 안되겠다, 날을 잡고 금귤을 챙겨서, 밤 열시에 퇴근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먹을 때는 순식간인데 다듬는 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금귤청 만들기>
1. 금귤을 잘 씻는다(나는 씻어져 있는걸 사용해서 생략). 베이킹소다로 어쩌구... 레몬청 하듯이 하나 보다.
2. 금귤 꼭지를 뗀다. 손톱이 길면 편하다.
3. 반을 잘라 금귤 씨를 잘 빼낸다. 얇은 과도로 자르면서 칼로 빼내면 손에 덜 묻는다.
4. 나는 음료용으로 할 거라 다듬은 금귤을 다지기 기계에 잘 갈았다.
5. 소독한 유리병에(금방 먹을거면 소독 패스) 설탕과 번갈아가며 덮는다. 1대1을 하라는데, 나는 대충 1.5대 1로 설탕을 좀 줄였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기계에도 두번이나 갈아야 했다. 대충 1리터 정도 나온 것 같다.
궁금해서 설탕, 꿀, 슈가프리시럽 버전으로 나눠 만들었다.
큰 병 두개, 작은 병 한개에 담고도 남은 금귤은 그릭요거트와 함께 도시락을 만들고, 그러고도 남은 금귤은 일단 콩포트용으로 킵. 이미 자정이 거의 다 되어 더 작업할 수 없었다.

 사실, 다듬는 작업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다듬어 두기만 하면 하는 일은 별로 없다(근데 다듬는 게 진짜 힘들었다). 설탕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음료를 만들 때 조절하면 돼서 간편한 레시피이긴 하다. 대충 스타벅스 그릭요거트 병 하나에 음료 한 잔 정도 나오는? 이게 몇 미리지... 90미리구나. 아무튼 밤새 실온에서 녹인 뒤(갈아서 만들다 보니 설탕이 금방 녹는다) 회사에 쫄랑쫄랑 금귤청을 가져 가서, 커피 못 드시는 분께는 차로 드리고 나는 신나게 금귤 비앙코를 만들어 먹었다. 맛있고 예뻤는데, 회사라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쉬웠다. 금귤 비앙코 레시피는 오렌지 비앙코 레시피를 참조했다.


<금귤청으로 금귤 비앙코 만들기 >
- 대충 300미리 잔 기준
1. 컵 아래에 2~3센치 정도 금귤청을 깐다. 만들 때 설탕이 적었다 싶으면 3센치, 아니면 2센치.
2. 금귤청 위에 얼음을 금귤청만큼 올리고, 우유로 덮는다.
3. 캡슐커피로 커피를 한 샷 내린다. 콜드브루보다는 샷이 더 이쁘다.
4. 프렌치프레소나 핸드믹서로 우유거품을 내서 잔 끝까지 올린다.
5. (있다면) 금귤 정과나 말린 금귤로 데코까지 하면 금상첨화!

 회사에서 주로 먹었더니, 오늘 브런치 글을 위해 급하게 만들려니 프렌치프레소가 회사에 있어 아쉬워 만든 금귤 라떼. 레시피는 거의 유사하지만 더 작은 온더락잔스러운 잔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1. 1/3컵 정도 금귤청을 담고 얼음 하나 올리기.
2. 우유를 금귤청 반 정도 붓고
3. 콜드브루를 우유만큼 붓기. 샷처럼 분리가 쫙 되지 않는다.
4. 나름대로 핸드믹서로 거품을 만들어 올렸는데 실패해서 그냥 라떼가 되었다. 하하

 귤 우유라 하면 생각보다 이상할 것 같지만, 생각 외로 향이 커피와 잘 어울린다. 혹시 도전이 어색하거든 슈퍼커피에서 오렌지비앙코라도 먼저 도전해보시고 괜찮으면 드셔 보시는 걸로. 이번 달에는 친구를 집에 초대해 보고 싶은데, 웰컴 드링크로 금귤청을 활용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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