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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07. 2022

25. 향긋한 바닐라 금귤 콩포트

커피 박람회 방문기에 레시피 한 자락

불쌍한 직장인에게는 마지막 날인 토요일만이 주어졌다ㅠㅠ

 주말에 커피 엑스포에 다녀왔다. 전리품의 아부지 선물용 생강청, 언니 선물용 라임청. 민트 시럽을 사고 싶었는데 마지막 날이라 빨리 접으셨는지 한 바퀴 돌고 돌아가니 부스가 접어서 인터넷으로 시켰다. 모히토를 해 먹고 싶은데...! 정작 사려고 했던 원두나 캡슐 커피는 하나도 집어오지 못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만에 간 것 자체도 신났고 신기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한참 된 것 같지만) 막 나오기 시작한 캡슐커피 홍보가 많았는데,  최근 트렌드는 홈카페, 에스프레소바, 대체음료인 것 같았다.

가서 맛 봤던 것들 중 맛있었던 것들. 다빈치 시럽, 꽃 코디얼, 라임청 순이다. 꽃 코디얼은 양에 비해 비싸서 포기하고 나머지 둘은 샀다(다빈치 시럽은 일찍 닫아서 인터넷으로ㅠ)

 홈카페쪽은 누구나 쉽게 카페 음료를 만들어먹을 수 있는 기계나 시럽/청 등을 용한 레시피 소개가 많았고, 한 곳은 부스명 자체가 '나도 별다방 메뉴 만들 수 있다' 였나, 개인 창업자나 홈카페를 겨냥한 느낌이었다. 홈카페가 아니더라도 메뉴 맛 자체를 한 제품에 의존하면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니까 납품으로도 괜찮은 전략 같았다. 디저트류도 마찬가지. 최근 개인 카페에 많이 보이던 나타오비카 에그타르트도 납품문의를 받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바는 요새 유행이라고는 해도 아직 소심해서 들어가보지 못했었는데, 덕분에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에스프레소를 먹은 건 아니고 프라골라 콘파냐라고 생딸기 한 조각이 올라간 에스프레소 콘파냐였는데, 나는 집에서 간간히 아포가토를 해 먹었어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먹었다. 아, 먹을 때 크림을 잘 균등하게 분배해서 에스프레소랑 먹는 게 포인트다. 평소에 단 음료만 먹 같이 간 친구는 카페 플로트(아이스크림 올라간 것)를 먹고 싶어했는데, 안타깝게 재고가 부족해 같은 콘파냐를 효로록 먹고 (크림이 부족해) 쓰다고 괴로워했다.


 마지막은 대체 우유. 마지막 날이고 앞의 두 개는  판매가 되지 않아서 아쉬워하면서 왔고, 오틀리는 딱지치기에 이겨서 챙겨왔다. 오틀리로 만든 밀크티는 시음했는데 크게 저항이 없었다. 어메이징오트밖에 안먹어봤어서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실크는 이번 주부터 이마트에 판다길래 주말에 마트에 가볼까 싶고 대망의 오트사이드! 오트사이드는 카페 음료로 만들지는 않고 오리지널/초코맛을 단독 시음했는데 맛이 괜찮아서 사고 싶었는데,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나온지 일주일 된 신상이라 했다) 아쉬워하면서 돌아왔는데, 한 30분쯤 뒤에 보니 폰이 없었다ㅠㅠㅠ 다급하게 삼성 내 디바이스찾기로 소리 울리기를 하고 전화드리기 매우 위트있는 사장님이 위치를 알려 오셨다. 서둘러 달려가보니, 저희 제품이 너무 맛있어서 재방문하신거죠, 하시며 판매하지 않는다시던 오트사이드 한 팩을 휴대폰과 같이 챙겨주셨다. 정말정말 감사해요, 사장님! 잘 챙겨먹을게요!!


 히히 사실 이 말을 남기고 싶어서 커피박람회 얘기를 길게 썼다. 마음 좋은 사장님과 맛있는 제품이 함께라면 분명 잘 되시겠지만, 검색어에 하나라도 더해지면 좋겠다. 바쁘다고 잊고 있었지만 알러지 질환+근종 보유자로서 우유를 대체할 괜찮은 제품들이 많이 생겨서 너무 좋다.

+ 같이 간 친구는 콜드브루랑 밀크티원액을 샀는데, 주중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사진을 추가한다. 박람회에서 시음해 본 중 향이 가장 취향인 콜드브루였고(신 맛이 적어서 좋았다), 밀크티는 너무 연하지 않고 향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커피 박람회랑 콩포트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커피 박람회에서 시트러스 계열과 함께한 몇 가지 레시피를 보고, 또 콩포트류도 시음해 보면서 뭔가 또 요리 뽐뿌(?)가 왔기 때문에 평일이지만 마음 먹고 야근하고 오자마자 질렀다. 맨날 퇴근하고 씻고 나면  게을러져서, 이번 주는 뭔가 해보고 싶었다. 조금 더 지나면 남은 금귤이 죽을 것 같기도 했다^^;;

다양한 커피 레시피들을 홍보하고, 교육도 하고 계셨다. 한참을 서서 봤다.

 일단 다진 금귤로 다양한 금귤청을 지난 번에 시도했기 때문에, 좀 더 과육이 살아 있는 콩포트를 해보고 싶었다. 친구가 애플망고 콩포트를 먹고 꽤 좋아했어서 영향을 받기도 했고, 금귤 레시피를 찾으면 많이 나오는 것 중 하나이기도 했어서였다. 레시피 자체는 심플하다. 몇 가지 레시피를 참고했는데, 시럽 먼저 하는 건 귀찮아 보이고 설탕만으로 녹이는 건 오래 걸려 보여서 대충 야매로 섞어서 만들었다. 양도 적고, 실패하면 다음에 또 하지 뭐.

<야매 금귤 바닐라 콩포트 만들기>
1. 금귤을 잘 세척하고, 꼭지를 따고, 반을 갈라 씨를 제거한다. (나는 여기까진 해 둔 상태였다)
2. 금귤과 금귤의 1/3 정도의 설탕을 소스팬에 붓고 섞다가, 영 안 녹아서 설탕의 반 정도의 물을 넣고 저으면서 약불로 살살 녹였다. 바닐라빈은 없고 바닐라 익스트랙을 두 티스푼 정도 넣었다.
3. 첫 번째 일어나는 거품을 퍼 내라던데, 계속 생기긴 해서 중간부터 포기했다. (퍼낸 거품 맛있으니 버리지 말고 소주잔에!)
4. 금귤이 투명해질 때까지 자작하게 졸이라는데, 얼마나 투명해져야 하는 지는 몰라서 그냥 수위가 금귤 1/2 정도로 낮아질 때까지만 했다.
5. 한 시간 정도 식혔다가 유리병에 넣고 냉장고행!
잘 다듬은 금귤이 바닐라 익스트랙...은 상표가 아니라 왜 이걸 찍었담?
녹지 않아서 긴급 투입한 물
이렇게 끓으면 거품을 걷어내랬는데, 걷어도 걷어도 나오고 이걸 왜 걷는지도 잘 모르겠다. 근데 걷은 걸 집어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투명...한 건가? 아닌 건가? 긴가민가 했지만 먹어보니 맛있다!


쨔쟌. 작은 병 두개가 나왔다.

 아, 바닐라 얘기를 못 했네. 검색해보니 바닐라빈으로 한 게 많았는데, 그건 없고 향은 궁금해서 익스트랙으로 대체해봤다. 한 스푼 더 넣었으면 좋았겠다 싶긴 하지만 금귤청과는 다른 느낌으로 풍부한 향이 꽤 잘 어울렸다. 민트 시럽으로도 해보고 싶었는데, 언니가 카드실적 채운다고 대신 주문한 시럽이 민트 시럽이 아닌 모히또 시럽이 와서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그 김에 저번에 작은 유리병에 따로 담가봤던 슈가프리 바닐라 시럽 금귤청을 한 입 먹어봤는데, 주황색 감기약 맛이 났어서 이건 추천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음 날에 금귤 라떼로 해 먹으니 좀 나았다(우유가 중화시켜준다). 저 시럽 참 어디에 쓰지....ㅠㅠ 그냥 슈가프리가 아니라 바닐라가 들어가서 어울리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선물받았던 금귤 정과도 맛있게 먹었어서 둘 중 고민했지만, 젤리스러운 정과보다는 좀 더 과일스러운 콩포트가 더 취향이긴 하다. 이번에는 저울이 고장나서 대충 계량했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성공한 듯해서 맘에 든다. 아, 그치만 조금 더 졸였어도 될 것 같긴 하다. 색도 크기도 아기자기한 것이 취향이다. 그치만 병 소독은 안 했으니 부지런히 먹어야지.


(외전) 언니가 퇴근하고 저울이 고장났다고 징징거려 봤는데, 배터리가 나간 걸 갈아끼우다가 거꾸로 끼운 게 원흉이었나 보다. 하하...... 민망해라. 그래도 새로 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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