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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11. 2022

26. 방울토마토로 라구 소스 만들기

야근 끝난 자에게 쏟아진 뭉텅이 집안일

 와 드디어 6주간의 야근이 끝났다. 섭섭함 따위 전혀 없고 시원하기만 하다! 아직 후처리가 좀 남아서 휴가는 좀 어렵지만, 정시퇴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나게 반갑다. 하루에 20시간을 누워도 모자란다는 ISFP의 한명으로서, 집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치만 두 자취생 자매의 오랜 야근은 어쩐지 먼지가 굴러다닐 것 같은 집과 엉망진창 식탁(겸 책상), 밀린 빨래, 겨울옷이 가득한 옷장과 손댈 틈 없는 냉장고를 낳아버렸다. 어디서...부터....손을 대야 하지 싶다가도, 당장 죽어버릴 것 같은 저 방울토마토들을(회사에서 도시락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 들어있어서 엄청 모였다) 제일 먼저 처리해야겠다 싶었다. 물론 이 생각은 한 2주 정도 했고, 레시피도 많이 검색하고 내 투두에도 늘 들어있었지만 영... 영 퇴근하고는 손이 안 가는 걸 어떡담.


 주말이 되면 좀 손에 대겠지! 하고 먼 훗날의 나에게 미뤄뒀던 일들이 주말의 나에게 돌아왔지만, 물리적으로 본가에 오자 집안일이 쌓인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이렇게 꽃이 가득한 주말이라니! 금요일에 드디어 야근도 끝나고, 세상도 아름다운데 날씨도 새 옷도(퇴근길에 샀다) 꽃도 너무 흐드러져서 하트 뿅뿅 눈에 필터를 끼우고 다녔다.

꽃 그늘 아래에서 거닐기만 해도 행복했던 주말

 주말 내내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주말 내내 날이 덥더니 집이 건조했나보다. 아직 싹이 트지 않은  고수 화분에도 물을 주고, 시들시들해져버린 바질 모종에도 물을 주고, 주말 새 꽃이 슬슬 펴 버린 착한 라임이에게도 잘 크는 로즈마리에게도 물을 줬다. 라임은 평일에 훌쩍 펴 버리기 전에 미리 핀 대여섯 송이에 수분도 바로 해줬다.

수분하다 라임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ㅠ

 오늘의 목표는 방울토마토로 라구소스 만들기! 본가 다녀오는 길에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열심히 검색해서, 집 앞 정육점에 들러 다진고기도 샀다. 파스타 소스를 2인분 한다고 하니 목살로 반근 정도(다지기 기계 로스 포함 200~250그람 정도)를 추천해주셔서 샀다. 4,600원! 첫 고기 요리라며 자축하며 집에 와서 방울토마토를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열었는데... 냉장고가 어둡다. 냉장...고가...어둡다.

사고 고백의 현장

 검색해보니 냉장고 전원이 내려가도 48시간은 살아 남는다는데, 아슬아슬하게 49시간만에 집에 왔다. 서둘러 신선식품이었던(?) 방울토마토를 보니 밀폐되지 않은 세 팩은 죽고, 나머지만 살아남았다. 다른 것들은 일단 냉장고를 오래 열어둘수록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살아남은 방울토마토 데치기부터 시작했다.

<방울토마토 데치기>
1. 방울토마토 꼭지 반대편에 십자로 칼집을 낸다.
2. 끓는 물에 넣고 15초 뒤에 체로 건져낸다.
3. 건진 방울토마토를 찬물에 넣으면 호로록 껍질이 벗겨진다.


십자로 칼집 내는 게 제일 어려웠고, 생각 외로 껍질 벗기기는 매우 간단했다. 찬물에 부어놓고 집어 올리기만 하면 벗겨진다.

 일단 껍질을 벗긴 토마토는 잠시 두고, 다른 재료들을 준비해봤다. 참고한 레시피는 링크를 걸어뒀다(다른 브런치 보다 이런 기능이 있단 걸 알아냈다!) 거의 다 따라한 것 같은데, 버터는 멘탈이 안 좋아서 금방 태울 것 같아 포기하고 식용유로 대체했다.

<방울토마토로 라구 소스 만들기>
1.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당근을 볶는다.
(양은 큰 당근 1/4개 정도 사용했다)
2. 다지기 기계로 다진 양파를 추가해서 볶는다.
(양은 큰 양파 2/3개 정도 사용. 당근 1.5배)
3. 양파가 투명해지면 고기를 넣는다.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는다.
4. 고기가 익은 것 같을 때 껍질 벗긴 방울토마토를 갈아서 넣고, 치킨스톡 2개를 함께 넣는다.
5. 지칠 때까지 소스를 졸인다.
앗 양파 사진을 안 찍었네. 순서대로 당근 야채를 볶는 동안 껍질을 벗긴 방울토마토를 갈고, 다진 고기를 꺼낸다.
고기를 넣고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토마토와 치킨스톡 투하
대략 20분쯤 졸였을 때 상태! 이때쯤 면을 삶기 시작해서 10분 뒤 익은 면에 넣고 볶을 때쯤 껐다.
살짝 치즈를 얹어서 마무리. 맛있었다. 면은 탈리아텔레.

 소스를 오래 졸일 수록 더 꾸덕해진댔는데, 배도 너무 고프고 냉장고도 계속 신경 쓰여서 나는 삼십분 정도만 졸였다. 만든 소스 중 1/3 정도는 옆 냄비에 파스타 면을 익혀서 라구 파스타로 만들어 먹었는데, 다른 날이었으면 나름대로(?) 최소한 다른 접시에 옮겨 담는 등 플레이팅을 했겠지만 지쳐서 포기했다. 그래도 맛있었다!


 남은 라구 소스는 한 시간 정도 식혔다가 락앤락과 작은 유리병에 나눠 남았다. 락앤락에 넣은 건 다음에 파스타나 라자냐에 써 볼 예정이고, 유리병에 넣은 건 빵에 발라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별도로 나눠봤다. 이것저것 해 보다가, 월말에 친구들 초대했을 때 한 번 더 만들어서 멋지게 내놓는 게 목표다. 남는 시간에는 냉장고 정리를 포함해서 빨래도 개고 열심히 집을 좀 치웠는데, 순식간에 열두시가 되어버렸다. 남은 방울토마토는 일단 냉장고에 넣었는데, 평일 중 조금 여유 있는 날 마리네이드를 해 두고 싶다. 할 수.... 있겠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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