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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May 15. 2022

주초와 주말의 마음이 이렇게나 다르다

목표는 도대체 왜 세운 것인지

1.

 다사다난했던 한 주가 가고, 드디어 약속이 없는 날이다. 그치만 아직 본가라 대이동을 하긴 해야 한다. 원래는 어제 대이동까지 마치려고 했는데, 엄마가 끓여 주신 카레가 탐이 나서 하루를 더 미뤘다. 사실 어제 아침에 늦잠을 자서 대이동할 짐까지 쌀 여력이 없었다. 이번 주 내내 잠도 부족하고 사람도 너무 만나서, 뇌가 죽은 기분이다. 한치 앞의 계획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투두 어플이라도 써서 그나마 빈 구멍을 채우는데, 그 와중에 업무나 다른 사람과 연관되지 않은 투두들은 뒤로뒤로 미뤄지다 못해 전부 일요일로 미뤄져 쌓여 있다. 아무래도 다 못할 것 같다. 다음 주는 더 일찍 출근해야 하고 더 늦게 퇴근해야 하는 데다, 주말도 약속이 가득가득 차 있어서 영. 가망이 없다. 5월은 쉽지 않은 달이다.


2.

 그 와중에 아부지가 어제 난데 없이 운전연습을 하라고 성질을 버럭 내셨다. 나는 3-7월은 진짜 바빠서 일정이 거의 한달 전에 다 정해지는 판인데, 당일에 가자고 하면 시간이 나겠냐고. 심지어 최근에는 시간이 잠깐씩 나는 날에는 엄마가 차를 끌고 할아버지 간호하러 가셨는데, 사람도 있고 차도 있는 날이 흔치 않잖는가. 하다못해 금요일 저녁에라도 말했으면 토요일에 또 잠을 줄여서 아침에 한시간이라도 갔겠지만. 요새 이런 식으로 강제로 잠을 줄여서 채워지는 일정들로 나도 지쳐서 같이 성질을 냈다. 3월에 확진 전날 몰고 더 못 몰았으니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이번 달에 안그래도 야근 사이사이 결혼식이 세개(지방 포함), 어깨 치료도 계속 가고 외근에 파견에 피곤해 죽겠다고. 그 사이사이에 어버이날이랑 언니 생일, 아부지 생일도 챙기고 있잖아요. 힘들어 죽겠네 진짜.


3.

 지난 주 글을 다시 보니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달성한 게 하나도 없어서 놀라울 지경이다. 지난 주에 못한 걸 이번 주에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3일이나 파견이라), 그래도 리뷰를 하자면.


1) 10시에는 누워서, 11시에 자기

-> 12시 전엔 그래도 반쯤 잔 것 같다. 이삼일 정도는 넘겨서 잤다. 퇴근도 늦었는데, 퇴근하고는 시간도 너무 빨리 간다.


2) 아침 공복에 인바디 1회

->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날 수 없었고, 헬스장 오픈 3주차까지 아직도 한 번도 방문하지 못 했다. 저기 가려면 최소 6시엔 일어나야 할 텐데, 잠 40분이 너무 소중하다.


3) 매일 요거트 챙겨 먹기

-> 아 오. 이거는 달성한 것 같다. 전무하지는 않았네! 장염 때문에 죽어가서 어떻게든 아이스 음료도 줄이고 요거트를 챙겨먹으려고 노력했다. 당분은 가득했지만...


4) 3번 이상 스트레칭하기

-> 저걸 적은 날 달성하고서는 더는 신경도 못 썼던 것 같다. 너무 찌뿌등한 날 정도는 자기 전에 다리 흔드는 정도로 했지만, 하루 10초로 하루치 스트레칭을 했다고 적기는 조금 그렇겠지? 오늘은 하고 잘 수 있으려나.


5) 다음 날 입을 옷 챙겨 놓기

-> 금요일 외근 전 하루 했다(본가에는 옷이 적어서). 잠도 부족한데 이것도 안 하고 자니까 더더욱 아침에 시간이 부족했다.


4.

 목표가 있어도 이렇게나 방치하다니. 이번 주는 렇다면... 목표를 세우지 말까!!! 를 적다가 밥을 먹으면서 인스타툰들을 봤더니, 루틴화를 하려면 일상에 바늘처럼 하나를 박아서 익숙하게 해야 한단다. 그치만 바쁜 시즌에 루틴은 모르겠고, 한가할 때 옷이나 일주일치 짜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다. 이번 주도 무사히 나고 침대에 누워서 꾸물거리고 싶다. 휴가 계획은... 언제 짠담... 2년 넘게 초단기 휴가 외에는 안 갔더니, 얘는 언제든 시켜도 처리하는 애. 라고 인식이 박혔나 보다. 태국 가고 싶다... 요새 비행기 값 너무 비싸서 선뜻 결제를 못 하겠다. 일단 어깨부터 다 나아야 할텐데.


<이번 주 목표>

- 병원 최대한 펑크 안 내기

- 헬스장 얼굴 좀 보기

- 7시간이라도 잠 사수해보기


5.

 요새 약간 엉망진창으로 꾸역꾸역 해 내고 있는 느낌인데, 그래서인지 자꾸 세끼 모두 과식하는 것 같다. 장염빨 다이어트도 실패다. 파견도 나가야 하니까, 위 줄여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랑 삼일 내내 같이 대화하고 밥 먹는 건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아. 화요일 말고도 식당도 예약해야 할 텐데. 하아아아알 텐데에에에에... 금요일에 만난 동기들과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도, 다들 어떻게 일을 하면서 결혼도 준비하고 투자도 하고 그런 어려운 고민들을 하는 거지 싶다. 나한테는 뭐가 모자란 걸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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