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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May 25. 2022

폭풍같은 야근을 마치고 왔다.

다이어트 일기라기엔 우울일기 같은데!

1.

 악몽을 꿨다. 음 상세하게 묘사하려니 더 좀 그래서.. 연세가 있으신 가족 한 명이 살해당하고 한 명은 납치당해서(살해당한 건 못 보시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걸려온 다른 가족의 전화를 받는데 담담하게 평소처럼 통화하시다가 어쩐지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통화하시는 걸 나머지 가족들이 경찰(?)과 함께 도청해서 듣고 오열하다 깼다. 꿈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너무 속상하고 무서웠다. 그러고 아침에 엄마가 실수로 전화를 거셔서 진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다시 받으실 때까지(바로 다시 거니까 통화 중이셨다) 온갖 상상을 해댔다. 꿈 속의 우리들은 가족을 구할 수 있었을까. 꿈은 깨고 나면 끝이라곤 하지만, 가끔은 내가 하나의 세계를 잠깐 접속해서 보고 오는 기분이 들어서, 꼭 구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하나를 잃었잖아.


2.

 지난 주 내내 7시까지 출근 + 야근을 해댔더니, 후폭풍으로 간식과 커피에 쩐 몸이 되었다. 이쯤에서 지난 주 목표를 다시 보니 병원 가는 것 말고는 달성한 게 없으나, 그거라도 간 나를 칭찬한다. 벌써 수요일인데, 양은 적지만 안 먹던 술을 두 번이나 먹고 일주일 내내 파견 근무 + 가족 행사 등으로 계속 외식을 해서 다이어트랑은 더더욱 먼 삶이 되었다. 7시간 잠은 당장 오늘도 실패했는데, 어제부터는 확실히 몸이 영양제도 흡수시키기를 힘들어하는 것 같다(간이 안 좋은 날은 먹자마자 열이 팍 오르는게 느껴진다). 새 하는 꼴을 보면 오 이러다 병 나겠네-싶은데, 야근비로 지갑은 두툼해져서 건강을 팔아 돈을 버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건강을 복구하는 데 쓰겠지?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매일 투두를 다 못하고 다음 날로 넘기는 기 일상인데, 업무변경이 가능하긴 할까. 큰 건 끝내고 휴가라도 가라는데, 일주일 뒤 또 새로운 큰 건이 시작될 걸 알면서도 출발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 그치만 앞으로 두 번의 파도를 다 거치고 나면 7월 말인데, 나는 살아날 수 있을까?지쳐가고 있다.


3.

 바쁜 와중에 다이어트를 해야 할 사유만 늘어가고 있다. 언니가 결혼한다고 한다. 인사오시기 전에 조금 사람의 몰골이라도 갖춰야 할 것 같은데, 남는 시간을 전부 병원에 넣었더니 도통 머리할 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왜 내가 퇴근하면 미용실은 닫는가... 거기에 친구가 우연히 은사님을 만나서, 다음에 나도 보고싶다고 하셨다는데 용케 뺀 몸무게를 10년만에 도로 복구해서 고3때 몸무게가 된 것을 보인다면 음... 한 소리 듣겠지. 안그래도 어제 동기가 우리 팀에 청첩장 돌리러 왔다가 불똥이 튀어서 (농담 섞인) 잔소리를 들었다. 론 신경쓰지 말라지만, 나는 신경이 쓰인다고. 부서에 예비신부분이 새로 오셨는데 너무 예뻐서 저분 정도로 빼려면 지금 먹는 양의 1/4쯤 먹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다들 뭘 먹고 사는 걸까?


4.

 아침에 조금 쓰다가 하루를 마쳤다! 열흘만에 운동도 왔다. 다시 정상의 일상을 찾아가야겠다. 잠은 여전히 부족하고 카페인에 절여져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운동을 갔고 내일은 병원을 갈 거니까. 문득 오후의 대화를 복기해본다. 살 쪘다고 푸념할 거면 과자라도 먹지 말라는데, 그래 나 의지 박약이고 답 없는 말을 해서 미안한데, 뭔 말을 못 하겠으니 대화를 하지 말까 그럼! 아무와의 약속도 거절을 못 하고, 화도 못 내고, 줄일 수 있는 건 잠 뿐인데, 깎여나가는 건 내 의지 뿐이다. 스스스스 마모되어 간다.


5.

 동기가 브런치에 매주 목표를 쓰고 달성을 못 하고 있다고 했더니 목표를 반으로 줄이라는데, 지난 주 목표는 고작 세 개였다. 남은 4일간 달성할 만한 목표가 뭐가 있을까, 1.5개...니까 두 가지 정도 할 만한 게 있을까?


- 헬스장 얼굴 좀 보자. 운동화 좀 넣어 둘 겸.

- 11시에 잠들기


6.

 오늘 재검 예약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서를 봤는데, 생각해보니 갑상선도 자궁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점차 머리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책자를 슥슥 넘기다 보니 우울과 불안, 수면도 나빠서 상담을 받아봤어야 했는데- 상담에서 보낸 검사지를 응답하기 싫어서 결국 안 갔다. 전화영어 수강신청을 실패한 김에 한국어로 말이라도 좀 하게 심리상담도 신청해볼까 싶다. 대화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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