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순간을 담다.
핸드폰 속 갤러리에는 나의 기록들이 빼곡하다.
한 번도 들쳐보지 않고 갤러리에만 넣어둔 사진들이 쓸쓸하다.
몇 해가 지나고 핸드폰을 바꿀 때쯤이거나
저장공간이 부족하니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뜰 때쯤이면
그제야 시간을 내어 핸드폰 정리에 나선다.
한 장 한 장 저마다의 이유로 쉽게 휴지통으로 옮겨지지는 못한다.
그렇게 핸드폰 속 사진들을 정리하다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내 눈에 담긴 모든 순간들을 마구 찍어낸다.
눈에 담긴 풍광들이 빛을 내어 찍어내고
눈에 담긴 사람들이 반가워서 찍어낸다.
그 속에 내가 있어서 찍어낸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싶어 찍어낸다.
눈에 담은 모습처럼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 다 담기지 않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허락할 때까지 수차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사진 속 멈춰진 시간 속 그 찰나가 반짝거리기 때문이다.
조용히 숨죽여 그 찰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날은 슬프고, 또 어느 날은 아프고,
그러다 또 어느 날은 기쁘고 행복하다.
사진을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나는 그 순간 나의 마음을 사진 속에 담을 뿐이다.
그래서 나의 사진 기술은 엉망진창이다.
구도. 색감.. 아무것도 아는 것은 없다.
그렇게 핸드폰 사진을 찍어대는 나의 모습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묻는다.
혹시 블로그 하세요...?
아니요. 그렇치는 않아요.
무엇을 하려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나의 사진들을 나의 기록집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었다.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 생각한 적은 있다.
서점에 들러 책들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 보았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학습에서 핸드폰 사진을 배운 적이 있었다.
짧은 강의였지만 기대감을 잔뜩 안고 2회 차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수강생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있는 어르신이었다.
은퇴를 하고 취미로 사진을 찍고 싶은 분들과
평소 사진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었다.
나이가 제각각이였지만 사진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여 배운다는 것은 설레었다.
시간적 제약으로 아주 디테일한 강의는 분명 아니었지만
강사님의 이야기는 분명 자극제가 되었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다가가라. 많이 많이 찍어라.
사진첩에서 보지 않는 사진은 지워라. 한컷의 소중함을 느껴라.
강의시간 내내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분명 나는 느끼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더 많이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담고 싶은 그 찰나를 기록하려 예전보다 더 많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