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아니.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모른다.
흰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되고 자신의 색깔이 되어간다.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빛나 보인다.
학창 시절 나는 무턱대고 끼적임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러나 잘하지 못하는 것.
그래도 잘해보고 싶은 것.
그럼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단 한 번도 미술학원을 다닌 적은 없었다.
미술을 잘 그리는 친구들 옆에서 흥미를 느끼고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 그 친구를 따라 그려도 보고
문방구에서 색칠공부책을 사서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색을 입혀도 보았다.
그저 그뿐이었다.
나에겐 아이엄마가 되고서야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5년이 넘게 그림을 계속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지만 그 시간은 꽤나 재미있다고 했다.
아이가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선생님과 인연이 되어 본인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맨 처음 무슨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인지 나는 미처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이지만 꾸준히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그림으로 한다는 것이 멋있을 뿐이다.
그 친구 집에는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둔 작품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몇 번 친구집을 가보았지만 새로운 그림들을 발견하게 되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그림을 잘 알고 보는 사람이 아니지만,
친구의 그림에서 늘 비슷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본 친구의 그림은 수채화그림들이 대부분을 이루었고
본인이 겪은 현실 속 장면들의 모습을 많이 담았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의 그림에서 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런 친구의 모습이 반가워 언젠가는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원래 그림을 좋아했어?
너는 원래 어떤 그림을 좋아해?
친구는 답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재미가 더 있어졌다고.
어반스케치를 좋아한다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선생님과 마주 앉아 그림을 그리며 수다를 떨려고 학원을 가는 것 같다고.
그 시간이 좋다고.
친구가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일일이 설명해 준 적은 없다.
다만 가족들과 찍은 사진들을 함께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선생님께 이야기해서 그려봐야겠다 내뱉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그것이 친구가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인 것 같다.
자신의 생활이 담긴 사진을 바탕으로 하여
선생님과 어떻게 그릴지 많은 고민을 나눈 뒤
본인의 생각을 덧입혀 그리고 색을 입히는 과정.
나는 성인이 되고 미처 미술을 배워보아야겠다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왜 친구처럼 그림을 배워볼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친구는 그림 배우기를 아직은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 친구 또한 미술이 전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배우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그림이 좋다고 했다.
아니. 그림 그리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헸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이다.
이제는 친구처럼 나 또한 한걸음 걸어봄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가끔 글을 쓰고 생각정리를 하러 가는 카페.
글이 쓰이지 않거나 생각정리에 혼돈이 올 때면 과감히 펜을 놓고 하는 끄적임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작은 끄적임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려봄도 좋을 것 같다 생각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