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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흔 초반,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생각한다.

by 신언니



나에게 혼자 하는 여행이란.

상상도 안 해본 일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모험심이 강한 아이는 아니었다.

혼자 무언가 주도적으로 찾아다니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새로운 곳에 대해 호기심보다는 불안함을 더 많이 느끼던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고서도 늘 안정감을 느끼는 곳으로 몸이 향했던 것 같다.

한번 찾은 공간이 마음에 들면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미용실공간이 그렇고,

카페인수혈을 위해 자주 찾는 카페공간이 그렇고,

날이 좋아 걷기 좋은 날 내 걸음이 옮겨지는 산책공간이 그렇다.

나는 아직도 그런 편이다.


그러다 문득문득 혼자 하는 여행을 상상하곤 한다.

봄빛 좋은 어느 날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싣고 창문너머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기도 했다.

마음이 헝클어져 머리를 비우고 싶은 어느 날 고속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싶기도 했다.

딸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집 앞 버스정류장에 서서 바로 도착하는 맘에 드는 번호의 버스를 타고 시원한 바람공기를 맞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이도저도 아닌 날 집에 있기 꿀꿀할 때면 지하철 2호선에 몸을 구겨 넣고 사람구경을 하고 올까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몸이 바로 반응하지는 못했다.

마음은 한가득이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늘 조심되고 불안했다.


그렇게 10대, 20대, 30대를 보내고 나니,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지금도 바로 혼자의 여행을 계획하진 못하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중년이지만 지금부터 연습을 해보자 했다.

혼자 하고 싶지만 혼자 하기 두려워 찾았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하고 연락을 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과의 여행도 다녀보지 못했던 나다.

회사에서 참여한 워크숍이 유일한 여행인 셈이었던 나다.

그러던 내가 바로 혼자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이다.

때마침 작년 연말쯤 문득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추억도 만들어보고 싶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내년이면 이 친구들과의 시간이 30주년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30주년을 기념한 우정여행을 제안하였다.

각자 아이들도 키운 상태이니 더 늦어지기 전에 여행을 한번 하자 했다.

처음부터 아주 긴 여정의 여행일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반드시 아주 멀리 해외를 계획할 필요도 없다 생각했다.

다행히도 친구들의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려온 친구들도 그 시간을 소중히 대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내년의 여행을 약속하였다.

그러면서 여행적금을 모으기로 하였다.

금액이 아주 클 필요는 없었다. 아주 소소한 금액이지만 매월 차곡차곡 모아놓고 사용하기로 하였다.

제안하였던 내가 총무가 되었지만, 그래서 매월 챙겨야 했지만 마음이 분주하지 않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생각하며 또 나의 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 온다.




혼자여행에 익숙한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이 낯설 것이다.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나에게 혼자여행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나만의 여행을 생각한다.

어쩜 더 좋은 일이다.

어른이가 되고 맞이하는 혼자여행이 더 풍성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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