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다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쯤 그렸던 그림 한장이 떠올랐다.
어디에 두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책장 앞 모든 책들과 서류들을 다 뒤지다시피 살폈다.
혹시나 중간중간 책장정리를 하다 무심코 버린것은 아닌지 싶어 손이 더 빨라졌다.
중간정도 쯤 되었으려나,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무심코 그려 꽂아둔 딸아이의 그림 한장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림을 그렸던 때는 아마 저녁식사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던 중 딸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더랬다.
"만약 우리가 집을 짓고 산다면 엄마,아빠랑 어떻게 생긴 집에서 살고 싶어?"
엄마와 아빠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지던 딸아이는
봇물터지듯 주저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들려주었다.
너무도 환상적인 딸아이의 이야기를 그대로 묻혀두고 싶지 않았다.
"그럼 우리 같이 나눈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까?"
저녁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밥상은 모퉁이 한켠에 잠시 놓아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그대로 대화를 중단하고 싶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딸아이는 주저없이 자기방으로 들어가 흰 도화지와 연필을 들고 나와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집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딸아이가 그린 그림 속 작은 우리집은 5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에는 대문 대신 엘레베이터가 있었고
옥상에는 넓은 파라솔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옆에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공간이 있었고 계단계단마다 꽃과 나뭇잎장식이 맞이하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사이 가장 가운데에는 주차장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공간의 이름은 자신의 태명을 붙여 누리모두주차장이라 이름지어주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공간 2곳이 남았다.
그 공간은 바로 아빠와 공간과 엄마의 공간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한 영화관공간을 마련하고선 빛과그림자 극장이라 이름지어 주었다.
글도 쓰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엄마를 위한 휴식공간은 맘그리다 작업실이라 이름 붙였다.
언젠가는 꼭 이런 집에서 살아보자. 엄마, 아빠도 꼭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했다.
어쩌면 이 때부터였을 수 있다.
내가 무심코 꾸던 꿈의 시작이.
나만의 작업실!!!
그 꿈은 점점 자리잡아 내 마음 속에 뿌리 내리며 싹이 트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 큰 공간이 아니어도 좋다.
또 아주 화려한 공간이 아니어도 좋다.
소박한 책상과 의자가 가운데 놓여져 있으면 된다.
나를 둘러싸고 사방에는 책장이 진열되어 있고 그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은 따뜻한 조명이 하루종일 비추이게 될 것이다.
작게 나있는 창문으로는 푸른 나무들이 보이면 그 뿐이다.
나만의 작업실은 딸아이와 지었던 그 때 그 이름 그대로이다.
맘그리다 작업실... 맘 작업실.. ...
나에게 맘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엄마의 맘!! 마음의 맘!!.
그 맘을 잘 어루만지며 그려나가고 싶은 생각에서다.
언제 이루어질 꿈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 한 켠에 잘 간직하며 살아나가다 보면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지 싶다.
언제고 이루고 싶은 꿈이고, 언젠가 이룰 꿈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