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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흔, 나의 부엌이야기는 아직도 어렵다.

by 신언니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으면 이젠 잘 해낼 만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부엌공간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듯하다.

이 정도면 요리에 소질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분명 어제 끓인 찌개맛이 오늘 끓인 찌개맛과 같아야 한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가 무한 반복이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정말이지 불량주부의 요리이다.

그러다 입맛에 맞았는지 남편과 딸아이의 칭찬을 듣게 되는 날이면,

절로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어릴 적 딸아이는 아빠가 잘하는 것이 요리라 말하였다.

엄마가 해준 볶음밥보다 아빠가 해준 볶음밥을 더 맛있어하던 딸아이는

요즘도 여전히 아빠의 요리가 더 맛있다 한다.

아이는 참으로 솔직했다.

초등학생이던 딸아이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엄마의 요리 중에 잘하는 요리는 계란프라이라 하였다.

계란프라이가 요리라면 요리일까?

딸아이의 말이 웃프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엄마는 계란요리를 잘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계란장조림.



어제는 오랜만에 부대찌개를 끓였다.

생각나는 저녁메뉴가 없을 때 가끔 끓여주던 부대찌개를

운동을 하는 딸아이의 식단조절로 한동안 해주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부대찌개 노래를 불렀다.

딸아이의 반응이 최고이다.

엄마가 해주는 부대찌개는 급식보다도 맛있다 한다.

확실히 부대찌개는 엄마가 끓여주는 것이 맛있다 한다.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딸이 이쁘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주부일상을 담은 유튜브를 찾아보곤 한다.

뚝딱뚝딱 도마소리가 정겹고 보글보글 냄비 속 재료들이 익어가는 소리가 맛나 보인다.

영상에 담긴 부엌이야기에서 나는 그들만의 정갈함을 닮고 싶어 한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섬세하다.

또 참으로 따뜻하고 깨끗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부족한 나만의 부엌이야기가 어렵다.


가족이 한자리에 다 모이게 되는 저녁 시간.

나는 차근히 오늘의 저녁메뉴를 고민한다.

냉장고 속 재료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그 재료들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그래. 결정했다.

그렇게 소박하지만 따뜻한 나만의 식탁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간다.

부족한 나만의 부엌이야기를 조금씩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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