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핸들을 잡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고요한 방이었다.
10년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사기를 당하고도 꿋꿋이 버텨내는 사람으로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정작 그 속의 ‘나’는 텅 비어 있었다.
브런치를 처음 열고
첫 글을 올리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사실 겁이 많이 났다.
‘누가 내 구질구질한 사기 피해 기록을
읽고 싶어 할까?’
‘댓글에 상처받는 말이 달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가며 깨달았다.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방치했던 내 아픔에
건네는 첫 번째 사과라는 것을.
뺨을 맞고도 아무 말 못 했던 26살의 나에게,
전세 사기 앞에서 처절했던 29살의 나에게,
그리고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서글퍼했던 30살의 나에게 건네는 뒤늦은 위로였다.
이제 나는 타인의 시선이나
조회수 0의 숫자에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타인이 매겨준 연봉 수치나,
원장의 인색한 칭찬에 내 가치를 맡겼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글을 쓰며 하나씩 배워갔다.
10년의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이 평화로운 거실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기록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기록.
기록은 힘이 세다.
종이 위에 적힌 나의 고난들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괴물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훈장이 되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라는 꼬리표 대신
‘내 삶의 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로 했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불면의 밤이 찾아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잠이 오지 않는 시간에 나는 지금처럼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그 확신이 바로
10년의 전쟁 끝에 얻은
나의 가장 큰 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