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에필로그 :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툰, 어딘가의

‘나‘에게

by 그저 나


나의 30대는 전쟁 같았다.

전세 사기라는 거대한 폭탄이 터졌고,

직장이라는 전선에서는 매일같이

나 자신을 갉아먹으며 버텼다.

하지만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금,


내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은 장면은

화려한 복수극도,

통쾌한 정산도 아니었다.


그것은 퇴사를 앞두고

내 자리에 새로 앉은 파릇파릇한

후임의 뒷모습이었다.


사실 유치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5년 전, 전임자가 일주일 만에 떠나버린 자리에

홀로 남아 원장님에게 직접 깨지며

눈물로 일을 배웠던 나였다.


아무도 내게 친절한 사수가 되어주지 않았고,

단 한 사람도 내 손을 잡고

“괜찮아, 천천히 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를 소모품 취급했던 이 병원에,

굳이 왜 내가 정성을 다해야 하나 싶어

마음을 닫고 싶었다.


하지만 후임의 서툰 가운 자락을 보는 순간,

그 안에서 혼자 떨고 있던 어린 내가 보였다.


그 시절 26살의 나에게 그토록 필요했던 사수…

누군가 한 명쯤은 내게 알려주길 바랐던

따뜻한 인수인계.


나는 내가 받지 못한 그것을

후임에게 기꺼이 내주기로 했다.


내가 겪은 고초를 너는 겪지 않기를,

이 삭막한 곳에서 적어도 누군가는

네 편이었다는 기억을 하나쯤 가져가기를 바랐다.


그것은 병원에 대한 복수보다 더 강력한,

나 자신에 대한 치유였다.


이제 나는 이 기록을 덮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세 사기로 잠 못 들고 있거나,

지옥 같은 일터에서 사표를 만지작거리는

당신에게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내고 싶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 서글픔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선택이 무엇이든,

그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생존이자,

용기다.


시즌 1의 기록은 이제 여기서 멈출까 한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30대의 내가 이토록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

뺨을 맞고 빵 세례를 받으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나의 처절했던 20대.


어머니가 내게 건넸던 "너의 20대를 기록해 보렴"

이라는 그 말의 의미를 찾아,


이제 나는 더 깊은 과거의 전쟁터

걸어가 볼까 한다.


오늘의 나를 안아주었으니,

이제 더 깊은 어제의 나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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